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조조 모예스/살림/전쟁과 남겨진 사람, 그림 모두 애틋하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조조 모예스/살림/전쟁과 남겨진 사람, 그림 모두 애틋하네...  

조조 모예스의『미 비포 유』를 읽으며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독자들의 설렘을 잘 끌어내는 작가구나 싶었는데요. 이번에는 로맨스를 그렸지만 헤어진 이후의 심리를 그렸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 이야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일 겁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나자 전쟁터로 징발된 남편을 기다리거나 찾아다니는 아내를 보면 고통 중에도 용기와 담력이 대단하구나 싶었는데요. 물론 남편과의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며 적과의 동침이 있기에 위험천만해 보여서 아슬아슬하기도 했어요. 전쟁터로 간 남편과 생이별한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을 이전의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려고 도박 같은 모험은 아찔하기만 했답니다.

이야기는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는 1916년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인 생 페론이 독일군에게 점령되면서 그 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소피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마티스 풍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  에두아르는 소피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면서 소피와 결혼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결혼의 기쁨은 짧았고 긴 이별의 고통이 소피를 옥죕니다. 하지만 동생과 함께 조카들을 키우고 에두아르가 남긴 자신의 그림을 보는 위안으로 살면서 남편이 돌아오길 학수고대 하는데요.  평생동안 그녀를 그리고 싶다던 남편을 수소문해서 편지를 받게 되면서 남편이 포로수용소에서 위험에 처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피는 자신의 호텔에서 독일군 부대의 식사를 맡게 되면서 자신의 초상화에 관심을 보이고 예술적 감각을 가진 독일군 사령관과 친해지는데요. 소피는 독일군 사령관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마을에서는 반역자이자 창녀로 소문이 나기도 하지만 남편을 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한 일이기에 개의치 않았어요. 그러다가 소피는 남편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사령관에게 남편을 구해줄 것을 바라며 하룻밤 불륜을  저지르게 되고요.  소피는 적군 사령관이지만  그림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령관이었기에 비록 적군이지만 자신의 몸을 주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은 후 소피는 의문의 체포를 당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2부에서는 90년의 시간이 흐른 런던이 배경인데요.  남편을 잃은 미망인 리브가 남편이 준 선물인 그림을 보다가 그림에 얽힌 시대적 배경이나 주인을 조사하게 되면서 소피의 이야기에 끼어들게 됩니다. 그러다가 독일군 사령관의 횡포와 소피의 억울함을 알게 되면서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그림의 주인을 찾아주고자 애씁니다.  

독일 치하에서 강제 징집 당하거나 강제로 성을 바치는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일제강점기의 이야기가 겹쳐졌어요. 남편이 남긴 자신의 초상화로 위로를 받고 생이별한 남편을 찾아다니는 소피와 남편이 선물한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 미망인 리브,  화가가 그린 초상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서 소피와 리브가 연결되는 이야기가 가슴 먹먹해지면서 뭉쿨하기도 했답니다. 로맨스지만 달달하고 짜릿한 로맨스가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이기에 더욱 묵직한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