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여기, 뉴욕/E.B. 화이트/숲속여우비/70년 전 뉴욕 풍경이라... 

 

 

 

 

지금 뉴욕의 모습도 잘 모르지만 70년 전의 뉴욕의 모습이라니, 몹시 생경하네요. 『샬롯의 거미줄』 작가인 E.B. 화이트의 뉴욕 풍경을 그린 에세이기에 끌려서 읽었는데요. 멋진 문장에 끌려 상상하며 읽었지만,  그 시절 사진이 많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어요.

 

 책 속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분위기, 남부에선 흑인 차별과 분리정책이 합법적이던 시절의 뉴욕 사람들 모습 등이 그려져  있는데요. 화이트가 본 70년 전의 뉴욕은 지금처럼 여전히 욕망을 삼키고 좌절을 토해내는 도시의 모습이었군요. 사람이 붐비기에 돈이 넘쳐나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은 더욱 명확해지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세계의 수도는 누구에겐  생존의 도시이지만 누구에겐 죽음의 도시로 인식되는 비정한 도시였군요.  

 

 

 

 

뉴욕은 사생활이라는 선물과 참여라는 흥분을 잘 융합하고 있다.(책에서)

 

뉴욕은 시와 같다. 모든 삶, 모든 인종과 혈통을 지닌 작은 섬 한 곳에 압축하고 음악을 더하고 내부 엔진을 반주로 곁들인다.(책에서)

 

 

뉴욕은 대비의 도시였군요.

뉴욕엔  세계 최대의 금융가가 있는 반면에 구직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도 있고요. 가장 높고 호화로운 마천루가 있는 반면에 주변의 가장 초라한 빈민가가 있고요. 리버사이드 교회의 상류사회의 성찬식과 할렘 지역의 초라한 부두교 장식물이 공존하면서 대조를 이루고요. 업타운과 다운타운, 자가용 리무진을 탄 윌스트리트가의 금융 거물과 인근에서 잠자고 있는 자유 영혼의 집시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군요.

 

인간의 생존에 대한 열망은 어디에서나 작은 사회를 만들어 가나 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은 각자 작은 도시를 이뤄갔는데요. 하지만 블록마다 만들어진 작은 도시의 모습은 은근히 차별과 불평등의 모습이기도 하죠.  화이트도 도시 속의 작은 도시를 보면서 차별을 상징한다고 하는군요.

 

더는 옆으로 확장하지 못해 위로 치솟은 건물들, 하늘로 치솟다보니 더욱 거만해지는 도시의 가진 자들,

평지를 점령했던 부자들은 건물 최상층 펜트하우스로 이동하고, 텔레비젼에서는 스포츠 중계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경찰은 무전기를 사용하고, 그렇게 최첨단의 기기들이 도시를 차지하는 모습이 그 시절엔 과학의 발달이나 산업의 발달로 보였겠지요. 하지만 화이트는 뉴욕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대로 변하는 뉴욕의 속성을 꼬집고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긴장감마저 고조되고, 건물이 더욱 화려해지면서 좌절감과 우울, 짜증은 수위를 높인다고 성토하는군요. 

 

 

 

 

 

 

 

 블록마다 있었다던 얼음 저장고, 석탄이나 장작 저장고는 지금 사라져 버렸지만 거리의 예술가들, 아침출근자들의 번잡한 풍경, 퇴근자들이 빠져나간 느긋한  저녁 풍경 등은 지금도 여전한 추억의 뉴욕 풍경이었고요. 세계 최대의 도시답게 세계 최대의 에어쇼가 개최되고, 북대서양 최대의 원양어선이 입항을 하고, 세계에서 몰려드는 외지인들, 그들이 이뤄가는 작은 도시 이야기, 도심으로 통금하는 외곽지 통근자들, 사생활이 존중되고, 한여름밤의 음악적 열기, 출근자들이 빠져나간 여름 주말의 텅빈 거리의 영혼들, 전후 복구기의 모습은 활기찬 뉴욕의 모습이었고요.  70년 전 뉴욕 기행문인데다 작가인 화이트의 매력적인 문장으로 나타난 뉴욕은   전체적으로 예술적이거나 시적 분위기를 풍기는 예민한 문학 도시였군요.  

 

70년 전 뉴욕에는 낭만적이거나 시적인 뉴욕의 풍경도 있지만 거대한 도시로 변해가면서 괴물 같은 도시의 슬픈 풍경도 있기에 그 시절의 뉴요커들에겐 추억의 풍경일 겁니다.  사라진 건물과 소리, 사람들, 새롭게 채워진 건물과 소리들 등도 있기에 지금의 뉴요커 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줄 시간여행 같은 여행에세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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