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예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애인의 애인에게/백영옥/위즈덤하우스/사랑과 이별의  4색 모던 러브~

 

 

백영옥 작가의 소설은 처음입니다. 문학동네 신인상과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답게 소설 속 문장들은 정갈하고 세련되었기에 모던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뉴욕, 한국, 홍콩을 오가는 연인들의 이야기엔 그녀의 사랑과 그의 사랑이 엇갈리기도 하고 만남과 이별이 교차되기도 합니다. 서로 엮인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슬픔, 짝사랑의 외로움, 새로운 사랑의 설렘 등이 강렬하면서도 심플한 색채의 아크릴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을 밥벌이로 하는 이민자와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으려는 사진작가를 둘러싼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고 쿨하게 그려져 있으니까요. 

 

 

 

 

이별을 생각하고 시작하는 만남이 있을까요. 이혼을 우려하면서 시작하는 결혼이 있을까요. 만남 후 애인의 애인을 본 심정이 어떨까요. 짝사랑하는 남자의 속내를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설 속에서는 사진작가의 꿈을 꾸며 뉴욕에 왔지만 생계를 위해 포르노 사진작가가 된 성주, 성주의 불법체류자 신세를 구제하기 위해 그와 결혼하게 된 갤러리스트 마리, 짝사랑하는 남자를 알고 싶어서 마리의 집에서 서블렛(세를 얻은 집을 다시 세를 놓은 것)을 한 유학생 정인, 시들해진 결혼생활 중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난 수영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기업인수합병 같은 서로의 이익을 위한 릴리와 라이언의 결혼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성주의 포르노 사진을 좋아하는데 실패하고 성주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실패한 마리의 선택은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이것이 아닌 저것을 갖고 싶고, 여기가 아닌 저곳으로 가고 싶은 성주의 심리는 남자들의 유목민의 본능 같은 걸까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남자 성주를 둘러싼 세 여자의 이야기가 이민자의 삶, 영주권 취득을 위한 불법체류자의 결혼, 신분유지를 위한 결혼, 진심과 사실의 차이 등의 이야기가 마치 겉으론 잔잔히, 속으론 격렬하게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포르노 사진작가인 성주를 짝사랑하는 정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성주의 아내인 갤러리스트 마리의 집에서 서블렛을 하며 마리가 남편 성주를 위해 짜다만 스웨터를  다시 풀어서 마리의 스웨터로 짜는 정인의 모습은 이해불가입니다. 애인의 것을 풀어 애인의 애인에게 입히는 여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싶어요. 마리와 정인의 사랑을 지원하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성주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라는 마음일까요?

 

모든 사랑이 쌍방향으로 지속되는 사랑이 아니기에, 완전하지 않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기에 공감하는 소설입니다. 어떤 이는 성공을 위해 사랑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이별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새로운 사랑이 두려워 마음을 닫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짝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채 고통스러워 하기에 그런 사랑의 심리를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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