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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9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전락/알베르 까뮈의 참회록 같은 소설~~
알베르 까뮈의 작품 중 읽은 것은 『이방인』과 『페스트』, 『시지프스의 신화』정도입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읽은 탓에 작품에 대한 기억이 모두 가물가물 했어요. 최근에『이방인』과 『페스트』를 다시 읽으면서 까뮈의 문학에 다시 매료되고 있답니다.
이번에는 소설이지만 참회록에 가까운 자기 고백 형태인 『전락』을 읽었는데요. 역시 까뮈의 문학적 깊이는 남다르군요. 상대가 있는 대화 형식이지만 주인공이 거의 일방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기에 몹시 수다스럽습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바뀌지만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수다는 자기 고백 같은 일관성을 띄고 있죠. 그래서 까뮈의 참회록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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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멕시코 시티'라는 바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전직 변호사이자 지금은 고해판사가 된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는 자신이 바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대적인 프랑스를 떠나 비교적 덜 현대적인 네델란드로 왔다는 사실과 잘 나가던 변호사에서 이제는 고해판사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이미 주인공의 전락을 예감하게 하는데요.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진짜 전락이 무엇인지 알려주기에 반전도 있습니다.
클라망스는 멕시코시티에 드나드는 손님들인 기업가, 마담, 변호사, 형사 등 여러 직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찌의 유대인거리 청소, 레지스탕스 운동가 등 역사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한때는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을 위해 싸우기도 했기에 덕망 있는 변호사로 유세를 떨치기도 했다며 자기 자랑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자기 고발과 참회로 가득합니다. 언제나 친절했던 그가 강물에 뛰어든 여자를 미처 구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눌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양심의 소리에 찔려 자신의 잘못에 대한 공공연한 고백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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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긴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양심을 재판대에 올려 먼저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을 보며 윤동주의 <참회록>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물론 차원은 다르지만 스스로 체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된 양심적 참회이기에 말입니다. 더불어 예나지금이나 양심적 참회가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뎌진 나의 양심에 부끄러움의 불을 지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까뮈의 작품 중 <이방인>과 <페스트> 보다는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과 자신의 속마음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형식이기에 수다꾼 같기도 하지만 방백을 하는 연극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까뮈의 문학 세계에 더욱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부채질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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