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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평점 :
사람이 악마다/프로파일러와 사이코패스, 성폭행, 암호, 가면......
한국 소설을 잘 모르지만 괜찮은 스릴러를 읽은 기억이 별로 없기에 늘 히가시노 게이고 급의 작가 탄생을 기대했어요. 요즘엔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단 다른 것 같습니다. 독자층도 두터워지는 듯 하고 작가층도 두터워지는 듯 합니다. 한국 작가가 쓴 스릴러가 이토록 오싹하면서도 짜릿하고 전율이 일다니, 무척 반갑네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229/pimg_7269711951332719.jpg)
표지를 보면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때 신문을 장식했던 희대의 연쇄살인마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해서 잠자리가 사나울까봐 밤에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설입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연쇄살인마에 대한 측은지심이 작동하면서 동시에 악마는 사회가 만드는구나 싶었어요. 읽을수록 점점 빨려들면서 많은 생각도 하게 된 책입니다.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법 유령과의 치밀한 두뇌싸움, 암호와 수비학, 예술과 문학, 가족 간의 성폭행에 숨죽이는 아이들, 정의의 가면을 쓴 기득층의 욕망들, 외톨이를 만드는 사회구조 등 다각도로 흥미거리를 제공하기에 술술 읽히면서도 읽는 재미가 있어요.
소설은 사람이 붐비는 홍대 앞에서 많은 인파들이 플래시몹을 하는 동안에 미모의 이십대 모델이 칼에 찔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담하게 경찰과 시민들을 조롱하는 연쇄살인범을 잡고자 여자 경찰 노희진은 남자친구이자 프로파일러였던 강민수를 찾아 감옥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강민수의 프로파일러 본능을 자극하며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물론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죠.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229/pimg_7269711951332720.jpg)
살인예고를 하고 숫자 5에 강박증이 있는 사이코패스이자 유령인 연쇄살인범, 전직 프로파일러지만 실수로 저지른 살인과 누명으로 감옥에서 사형수가 된 민수, 민수의 전 여자친구이자 현직 형사인 희진, 사건의 냄새를 본능적으로 맡는 신문 기자이지만 반전의 묘미를 주는 황 기자, 가족에 의한 미성년자 성폭행, 오페라의 유령, 숫자5에 대한 이야기들, 스릴러 영화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며 매력적인 소설을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의 책도 기대가 되는 작가입니다.
자신을 인정하는 한 사람으로도 세상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만으로도 범죄는 줄어든다고 합니다. 연쇄살인범의 탄생에 주변에 대한 무관심한 사회가 일조하고 있음을, 기득층의 드러나지 않는 성폭행이나 기득층의 은밀한 범죄가 선량한 이들을 분노케 함을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범죄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가 아니길, 가족 간의 미성년자 성폭행이 일어나지 않길, 억울한 이들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