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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평점 :
나무탐독/박상진/샘터/나무박사의 우리 나무 탐사~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거짓 없다 참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 (108쪽)
<나무타령>의 일부인데요. <나무타령>은 가사가 재미있어서 자주 부르기도 하고, 가사를 변형시켜보기도 했던 노래입니다.
산이나 숲길, 공원을 걷다가 보면 나무 이름이 적힌 것도 있지만 없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름을 알고 있는 나무도 여러 나무들 틈에 끼어 있으면 헷갈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가끔 식물도감을 보기도 하지만 우리 땅에 나는 우리 나무들을 보면서도 이름과 나무를 잘 연결짓지 못했어요. 해서 이 땅의 나무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이렇게 나무박사의 우리 나무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 미안함이 줄어듭니다.
지구에 사는 식물은 50만 종 중에 한반도에는 4500여 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과 가까이 살고 있는 친숙한 나무든 깊은 산속에서 무리지어 사는 낯선 나무든 모두 우리와 함께 하며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이기에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길도와 제주도의 우묵사스레피나무, 잎사귀가 박쥐가 닮았다고해서 이름이 붙은 박쥐나무, 도리깨와 곤장에 쓰였던 나무인 물을 푸르게 한다는 물푸레나무, 껍질이 하얗지만 자작나무와 잎모양이 다른 거제수나무와 사스레나무, 전남 강진의 하멜의 은행나무, 북한의 천연기념물이 된 나무들, 역사와 함께 했던 궁궐의 나무들, 역사적인 장소에 하사된 일본나무인 금송의 문제점, 봄철 새순이 먹거리로 되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나무 등 모두 우리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 한 나무들입니다.
느릅나무 껍질이나 소나무 껍질이 우리 선조들의 먹거리였다니, 놀랍습니다. 느릅나무의 껍질을 절구로 찧으면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되기에 부드럽고 느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느릅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니, 초근목피로 굶주림을 면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삶이 그려져 먹먹해집니다. 강원 영월 공기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느릅나무가 있다는 군요.
모과는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그러고보니 잘 생긴 녀석은 참외를 닮은 듯 합니다.
벌과 나비가 없는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동박새 등 새들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고, 나뭇가지가 닭다리뼈를 닮은 비자나무, 철새들이 퍼트린 독도 사철나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마지막을 목격했을 창경궁 선인문 곁의 삼백 살 정도 된 회화나무 등 선조들의 생활과 역사와 함께 한 나무들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팔만대장경판이 강화도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저자는 팔마대장경판에 긁힘이나 마모 흔적, 글자가 떨어진 것이 전혀 없기에 강화도에서 새겼다는 설을 부정한다고 합니다. '숯 매몰설'은 직접 확인했다니, 경사지라는 위치와 흙바닥이 팔만대장경판 보존의 비밀였다니. 모두 놀라운 이야깁니다.
나무 박사의 나무 이야기이기에 확실히 색다르네요. 학문적 자존심을 걸고 썼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유심히 읽은 책입니다. 나무 문화재 관련 연구를 해왔기에 해인사 팔만대장경판과 공주 무령왕릉 관재, 고선박재, 사찰 건축재 등 역사적 유물의 재질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어요. 나무 박사의 우리 나무 이야기이기에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무의 역사, 이름이 붙은 연유, 나무 문화재가 알려주는 것 등 이색적인 나무 이야기가 많거든요. 술술 읽히는 재미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