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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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한효정/푸른향기/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비우고 채우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40여 일 이상이 걸리는 장도지만 이젠 세계인이 걷고 싶어하는 순례길이 된 듯 하다.  많은 이들이 한번 쯤은 가보고 싶어하니까. 책을 읽고 있으면 산티아고는 득도의 길인 것도 같고 치유의 길인 것도 같다. 궂은 날과 좋은 날을 번갈아가며 만나고 좋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이 마치 인생의 압축판 같다.

 

그 옛날 예수의 제자인 야고보(산티아고)가 걸었다던 복음의 길이 지금은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치유의 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야고보가 안다면 그는 어떤 말을 할까? 

 

 

 

 

카미노의 여정은 삶의 압축판 같다.

때로는 노란 화살표에 의지해   인적도 없는 밀밭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 모든 사물들을 쓰러뜨릴듯한 기세로 불어대는 바람의 언덕을 헤쳐나기도 하니까. 때로는 순례자의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낯선 세계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이의 붓고 냄새난 발을 기치료(퀀텀 터치 테라피)로 고쳐주는 순례자를 만나기도 하니까.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달픈 하루를 위로받기도 하고 하루를 좀먹기만 하는 걱정을 날려 보내는 현명함도 터득하게 되니까. 변화무쌍한 카미노의 날씨를 보며 궂은 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 나타나는 인생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물건을 버리거나 남에게 주면서 가진 것을 내려놓는 홀가분함도 느끼게 되니까.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겹치는 동안 자신의 속내도 털어놓게 되는 멋진 친구도 사귀게 되니까. 

 

 

 

 

카미노에서 만난 마을의 역사, 템플기사단의 본거지, 유럽 인류의 기원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중세나 고대를 여행하는  느낌도 들었다.  용서라는 뜻의 페로돈고갯길에서 만난 거대한 조각 사진은 마치 중세인들의 순례 모습 같기도 했고, 지친 순례길들을 위로하는 옛 사람들 같기도 했다.  포도주 제조업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과 물이 나오는 두 개의  수도꼭지를 보며 순례객들에게 보내는 지역인들의 격려를 느낄 수 있었다.  

 

 

 

 

900 킬로미터의 여정을 오로지 먹고 자고 걷는 그 모든 과정이 언뜻 단순하고 무위도식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산티아고를 완주한 저자가  압축된 인생을 만나고,  축소판 세계를 만난 것을 보니 걷기의 힘, 카미노의 위력이 느껴졌다.  홀로 걷는 외로운 여정에서 폭풍우를 만나기도 하고, 햇빛을 만나기도 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을 보며 긴 시간 홀로 걷기의 힘은  삶을 달관하게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누구나 산티아고에 가면 이렇게 삶을 통찰하게 되는 걸까?

생장에서 산티아고, 피니스테라까지 걷는 여정에서 저절로 순례자가 되어 깨지고 다듬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먹고 자고 걷는 카미노의 40일 간의 여정이 대단해 보인다. 초록이 시작하는 계절에 떠난 카미노여서인지 책 속에 있는 사진 속에 푸르름이 가득해서 좋다. 책을 읽으며  카미노가 삶을 바꾸는 여행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나도 걷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나도 늘 화살표에 의지해서 사는 것 같다. 버리면서 얻음을 깨치게 된다.   때로는 노란 화살표를 보지 못하고 길을 벗어나 방황하기도 하지만 다시 화살표에 의지해 자신의 길을 가기도 한다. 잘 버리고 잘 비우는 것의 중요함도 나이가 들수록 느끼고 있다.

 

 산티아고까지 걸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걸까?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비우고 채우는 카미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다. 지금은 멀리 갈 수 없는 형편이기에 주변이라도 나만의 산티아고를 만들어 그렇게 홀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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