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선유정.정원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평점 :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과학과 인문의 통섭 이야기, 과학자들의 뒷담화 같아요~~
과학을 인문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은 과학에 담긴 인간의 삶을 보겠다는 것인데요. 보통 과학이라면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사람과 딱딱하고 어렵다는 사람으로 양분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은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쪽입니다. 과학적인 수식은 딱딱하고 재미없지만 과학자의 이야기나 과학과 인문학을 통섭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재미있으니까요.

한국문학사의 '융합과 통섭의 지식콘서트' 5번째 이야기는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입니다. 이전에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를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에도 끌렸던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역시 흥미롭군요.

일찌기 과학자들 중에서도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이룬 인물들이 많았죠. 예전에는 철학자가 수학이나 과학,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가졌으니까요?
세계적인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수학자이자 음악 인론가인 피타고라스도 있고, 과학에서 글쓰기의 중요성과 세밀화의 필요성을 깨쳐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할 수 있었던 갈릴레오도 있죠.
이 중에서 갈릴레오의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드로잉을 배웠던 갈릴레오는 자신의 재주를 한껏 활용한 과학자입니다. 『별의 전쟁(1610)』에서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본 울퉁불퉁한 달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귀족들이나 상인 등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냈거든요. 일반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세밀한 달의 분화구 묘사에 갈릴레오는 더욱 유명해졌죠. 종교재판의 원인이 되었던 『두 개의 주된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1633)』에서는 자연철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었기에 세밀화 그림이 빠집니다. 사실주의적 세부 묘사는 신분이 낮은 예술가의 것으로 치부되던 시대였기에 자신의 지적 가치를 높이려 일부러 세밀화 그림을 뺀 거죠. 그렇게 갈릴레오는 지구가 회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지구상 물체들의 운동에 관한 역학적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한 과학자로 유명해집니다. 만약 1633년 논문에서도 세밀화를 그려 귀족들과 상인들의 공감을 끌어냈다면 종교재판에서 유리했을까요? 만약 길릴레오가 세밀화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면 그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서양과학에 비해 동양과학은 혁명적인 과정을 겪지 않고 조용히 물 흐르듯 발전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본 천인감응설, 재이설 등으로 동양에서는 과학은 곧 천지만물과 인간의 활동을 통섭한 학문으로 여겨졌기에 역법에 필요한 학문이었죠. 나침반이나 화약 발명 등 동양의 과학이 서양보다 앞섰던 점도 있지만 수리적인 분석과 논리를 등한시하고 역법 체계의 교정에 힘썼기에 그런 부분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훌륭한 과학문명을 가진 동양이었기에 새삼 자부심이 듭니다.
과학사를 통해 본 과학인문서를 읽으며 과학의 뒷담화를 듣는 듯 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과학사와 과학자를 아우르는 이야기에 마구 끌려서 읽었답니다.
과학과 다른 학문과의 연계는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분화와 갈래를 나누면서 분화되고 협소해진 과학이 되었죠. 이젠 누구나 통섭의 필요를 느끼고 있기에 과학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