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8월의 6일간/험난한 산악을 종주하며 일상을 치유하는 산행 소설~ 

 

 

산을 오르는 시간은 나에게도 힘을 얻는 시간이다. 산을 오르는 힘든 시간동안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게 되고, 산 정상에서 멀어진 도심을 보는 것만으로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을 준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은 텅 빈 마음이기에 발걸음도 가볍게 된다. 그렇게 산에 오르는 시간은 나에게도 치유의 시간이기에 그 순간을 좋아한다.

 

소설인 줄 알고 읽었다가 산에 오른 기행문을 읽는구나 싶었다. 책의 말미에 내용이 픽션이라는 설명을 보며 소설임을 다시 생각할 정도로 기행문 같은 소설이다.

 

 

 

 

서른아홉 살의 독신녀인 주인공이 험난한 산악을 종주하면서 일상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주인공은 문예부의 부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친한 동료 후지와라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하게 된다. 등산을 통해 지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일본에서 험하기로 유명한 북알프스다. 북알프스는 야마 현과 기후 현, 나가노 현에 걸쳐 있는 히다 산맥을 말한다. 그녀는 며칠 동안의 등산에서 험난한 능선을 타기도 하고, 등산객이 없는 길을 만나기도 한다. 9월의 5일간, 2월의 3일간, 10월의 5일간, 5월의 3일간, 8월의 6일간 등  혼자서 등산하기엔 긴 시간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낯선 등산객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곰 주의 표지판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이 왜 그곳을 오르는지 회의에 빠지기도 하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그녀는 용기를 얻기도 하고, 이전에 동거했던 남자의 결혼 소식에도 아프지만 이겨낼 힘도 얻게 된다.

 

 

 

 

 

 

9월의 5일간, 2월의 3일간, 10월의 5일간, 5월의 3일간, 8월의 6일간 등  혼자서 등산하기엔 무척 긴 시간이지만 그런 시간이 삶을 성숙하게 하는구나 싶기도 했던  산행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등산 입구에  자신의 등산계획서를 넣는 상자가 있다니, 처음 알았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그 계획서를 들고 구조에 나선다고 하니, 무척 이색적이지만 몹시 실용적이다. 

 

산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들이 의외로 위로를 주기도 함을 새삼 깨치게 된다.

괴로움을 잊는 방법은 새로운 일에 몰두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몰입하는 동안 망각을 하게 되고 치유가 되는 것이리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등산이라면 이처럼 기록을 남기는 일도 의미 있으리라.  

 

등산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쳐가는 여자의 이야기처럼, 삶은 등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이든, 인생이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힘든 순간이 있으면 정상에 올라 온갖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기쁨의 순간도 얻게 됨을 생각한다.  마치 작은 산티아고 여행을 한 것처럼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게 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기에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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