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류전윈/중국 국민작가의 해학과 풍자, 삶에 대한 통찰 가득한 소설~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중국 국민 작가인 류전윈의 소설은 처음읽지만 중국 '당대 문학상' 등 주요 상들을 두루 수상한 작가의 이력 답게 이 소설 역시 매력있네요. 삶에 대한 통찰과 해학이 짙게 배여 있기에 읽으면서 여러 번 웃었고, 여러 번 깊은 생각에 빠졌던 책입니다.

 

 

 

 책 속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삶은 실타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모르지만 한 번 풀리기 시작하면 술술 풀리기도 하고,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배배 꼬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멋진 핸드 메이드 니트 작품도 나오기에 전체 그림을 그려가면서 매 시간을 소중하게 핸드 메이드 인생을 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소설의 여 주인공인 리설련의 실타래는 처음엔 잘 짜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술술 풀리던 실타래가  배배 꼬이기 시작하면서 20년 동안 고소와 고발, 소송과 탄원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인생의 여주인공이 됩니다.  문제의 발단은 그녀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일어납니다.  중국의 산아제한법에 의하면 둘째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곧 불법이거든요. 법망을 피하고자 고심 끝에 리설련은 남편 진옥하와 서류 상으로 위장 이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코 서류 상으로만 이혼인 줄 알았던 그녀는 진짜 이혼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서 아이까지 가지게 된 거죠.  위기를 타개하고자 머리를 굴린 가짜 이혼이 진짜 이혼으로 가게 된 거죠. 이때부터 그녀의 실타래는 배배 꼬이기 시작합니다.

 

 

 

남편에 대한 복수극을 시작한 리설련은 일단 먼 친척인 왕공도 판사를 찾아가지만 그녀의 이혼이 진짜 이혼이라는 판결만 받게 됩니다. 가짜 이혼임을 판명 받아서 진옥하와 다시 결혼한 후에 남편을 버리겠다는 그녀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들아가고 말고요. 하지만 여주인공답게 리설련은 전남편을 괴롭히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용감하고 끈질긴 리설련의 복수극은 처음엔 남편을 죽이겠다고 했다가 남편을 패 주겠다, 남편을 괴롭히겠다, 남편을 편히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등으로  점점 변해가기에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짜릿할 정도입니다. 

 

그녀가 벌이는 20년 간의 소송과 탄원의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엮이는 인물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전남편에서 시작해 패소 판결을 내린 왕공도 판사, 뇌물만 받아 먹은 법원 자문위원 동헌법, 그녀의 이야기를 무시한 법원장 순정의,  현장 사위민, 정신문명도시 건설을 위한 시 행정에 걸림돌이 된다며 그녀를 유치장에 가둔 시장 채부방 등 엮이는 인물이 점점 거물급이 되어갑니다. 사건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남편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점점 자신을 괴롭힘을 알게 됩니다. 급기야  만사가 귀찮아진 그녀는  가짜 이혼 사실에 대한 전남편의 시인만  받기로 합니다. 하지만 전남편은 진짜 이혼이라며 그녀의 속마음을 뒤집어 버립니다. 결국 그녀는 중국의 수도인 북경으로 향합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중국에서도 통하는가 봅니다. 리설련은 정부에 고소하려고 작심하고 북경으로 가게 되면서 사건은 더욱 거물급과 엮이게 됩니다.  포기를 모르는 여인으로 인해 작은 개인사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중국 정부와 관련이 되는 과정에서도 소소한 웃음이 묻어납니다.  그렇게 20년을 공무원들과 엮이면서  고소와 탄원을 거듭하던 리설련의 고소도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전남편의 죽음으로 고소 상대가 없어진 거죠.  

 

개인사가 공적인 사건처럼 전개되는 아이러니가 유머를 자아내는 소설입니다.  소시민의 일상을 통해  법 제도와 공무원 근무 태도에 대한 현실 비판, 일상의 슬픔과 현실적 부조리 등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해부하며 삶에 대한 통찰을 해학과 함께 담았습니다. 읽으면서 여러 번 웃었고, 읽으면서 여러 번 슬퍼한 웃픈 소설이랍니다. 

 

역시 중국 국민작가답게  해학과 풍자, 삶에 대한 통찰 가득한 소설이었기에 여운이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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