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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평양
강지민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굿바이 평양/이젠 자유롭게 꿈을 펼치시길~
읽으면서 가슴이 아렸던 책이다. 비록 겪은 일이 아니지만, 비록 탈북자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분단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고통이니까. 그리고 바라게 된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남북이 통일이 되기를. 북한을 떠나오면서 "굿바이, 평양!"을 외쳤던 저자가 언젠가는 "하이, 평양!" 이라고 외칠 수 있길 말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매한가지겠지만 그래도 가보지 못한 곳이거나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동경은 막연하게나마 가지게 된다. 같은 한반도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지만 북녘 땅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속도로를 따라 그대로 백두산과 두만강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북한 이야기는 나의 관심사였다. 그래서 북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낯설면서도 알 수 없는 동질감에 끌리곤 했는데.... 같은 민족이지만 북한은 이제 함부로 갈 수 없는 나라, 가깝지만 먼 나라가 되었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인지도 모른다.

'북괴출신'이라는 닉네임으로 일간베스트에 게시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라는데, 저자의 이야기 솜씨에 빨려 읽은 책이다. 80년대 중반 북한에서 태어나 20대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젊은 탈북자의 생생한 자본사회 적응기를 읽으며 안타깝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일제시대부터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고, 빨치산이기도 했던 외가의 청치적 숙청으로 풍지박산이 되면서 탈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엄마의 탈북으로 아버지만 북에 남겨둔 채 동생과 함께 탈북을 해야했던 저자, 그런 가족의 탈북 이야기가 어느 탈북자 못지않게 목숨을 건 여정이기에 조마조마 하기도 했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자본주의의 이면에 몹시 부끄럽기도 했다. 060 전화, 다단계, 이상한 종교의 유혹 등 자본주의 사회의 단점들을 겪는 과정에서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그래도 자유를 누리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고, 꿈을 꾸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하니, 대단해 보인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모습에서는 안타깝기도 했고,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들려줄 때도 속상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명문대를 나온 의거입북자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연좌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불리한 처우를 받는 이들이 많다니, 언제쯤 이런 차별이 사라지게 될까
북한의 일면을 읽었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북한과 탈북자들에 대한 이해를 높인 책이라고 할까? 더불어 자유의 소중함도 깨친 책이다.
이제는 한국에 정착한 저자가 여느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학업, 아르바이트, 인터넷 웹사이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게재하기도 하는 평범한 한국 대학생으로 적응하고 있다니, 부디 자유롭게 꿈을 이루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