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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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편안한 죽음 /엄마의 죽음을 지켜 본 시몬느 드보부아르의 실존적 자전 소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자전소설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와 학창시절에 만나 지적 교류를 하며 계약결혼으로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장본인이다. 죽어서도 사르트르 묘지 옆에 묻힌 그녀는 자신의  엄마의 죽음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인간 존재의 허무함, 죽음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생의 마지막 6주간인 죽음으로 가는 열차를 탄 엄마의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녀의 자전 소설에서도 실존주의 철학자의 발상을 보게 된다. 인간은 존재함으로써 세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에 모든 인간에게  존재의 이유가 있다니,  역시 당대 최고의  실존주의 사상가다운 이야기다. 20세기 중반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그녀의 생각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고통과 슬픔으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법인데, 이렇게 마지막 엄마의 삶을 생생히 기록하며 인간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니, 당대엔 얼마나 파격적이었을까? 

 

 

 

 

만약 내 경우라면 시몬느 드보부아르처럼 담담히 엄마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 과정을 생생히 기술할 수 있을까?  자신 없는 일이다. 의사와 간호사, 병원 소독내와 온 몸에서 풍겨나는 약 냄새로 절여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엄마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할 것 같다. 엄마의 육신에 기가 다하는 죽음의 과정을 내내 본다는 건 죄송하고 두려운 일이다. 무기력한 내 자신을 보며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고, 죄스럼과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할 것이다.

 

시몬느의 엄마는 평소 연로하지만 건강했기에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진 상황에서도 시몬느는 긍정의 결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서 점점 나빠지는 엄마의 상태를 보며 불안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더구나 병원에 입원해서 종양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고, 그로인해 불편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시몬느는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낀다.

인간 존재에 대해 늘 객관적이었던 그녀 조차도 엄마의 죽음 앞에서 초연하기가 어려웠나 보다. 

 

 

 

 

건강하다고 믿었던 엄마가 종양 때문에 실신을 하게 되고, 그 실신이 낙상으로 이어진 것을 알았을 때의 참담함, 장기 입원으로 인한 장 폐색 증세까지 이어져 병은 점점 깊어지는 모습을 일생의 파트너인 사르트르와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다.

 

나는 사르트르에게 엄마의 입에 대해서, 그날 아침에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중략) 거절당한 탐욕, 비굴할 정도의 겸손, 희망, 참담함, 결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고독을, 그 고독은 죽음 앞에 혼자 서야 하는 고독이자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고독이었다. (55쪽)

 

당대의 유명 두 실존철학자의 대화여서 일까?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보부아르가 나누는 인간 존재에 대한 대화가 사뭇 실존철학적이다. 

 

 

 

죽음의 실체와 마주한 이야기, 엄마와 자신이 분리되는 순간의 기록이 참으로 담담하다. 대개 죽음 앞에 무기력한 존재의 인간이기에 그저 슬프면 슬픈대로 울 수밖에 없음을,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겠지만,  시몬느는 말한다.

사람에게 자연사란 없고, 늙었거나 다 살았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님을.  죽음은 자연적이 아니고 돌발적인 사고이자 무엇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임을 말이다. 그녀는 마지막 한 순간 한 순간마저 그 속에 깃들인 무한의 가치를 부여하던 엄마를 향해 엄마의 집념이 헛됨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죽음을 지켜 본 시몬느 드보부아르의 실존적 자전 소설을 읽으며 세상에 당연한 죽음이란 없음을 생각한다.  지금 세상을 떠나도 아쉽지 않은 나이가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누구나 죽음을 마주할수록 삶의 끈을 더욱 부여잡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유한의 세상에서  유한의 삶은 인간의 숙명이자 운명이기도 하기에 죽음에 대한 실존적 해답은 무엇일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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