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의 끝에서 - 제2회 나미콩쿠르 대상 수상작
마르셀로 피멘틀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줄의 끝에서/글자 없는 그림책에서 상상과 해석의 자유를 느끼다~ 

 

 

 

표지를 본 첫 인상은 강렬함 그 자체다. 흙의 빛깔이 나는 소박한 종이 위에 짙은 붉은색을 바탕으로 검은색의 그림이 그려진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붉은색은 '우루쿰'이라는 열매에서 추출한 브라질 원주민들의 전통 칼러다. 바디페인팅이나, 도자기, 흙인형 등에 사용하는 전통색이다.

 

 

새까만 몸뚱이를 가진 동물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줄을 따라가 보면 인디언 추장 같은 복장의 사람이  붉은색과 흰색 물감으로 동물들의 몸에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려준다, 이때 온 몸에 각각의 다른 무늬 그림을  선물로 받은 동물들의 놀라는 표정이 압권이다.  이렇게 동물들에게 근사한 옷을 그려주는 이는 '쿠루피라'라고 하는 브라질 전통 캐릭터인데, 숲과 동물의 수호신이다.

 

 

 

 쿠루피라는 높은 휘파람 소리로 나쁜 사람에게 마법을 걸고 겁을 준다는  브라질 원주민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숲과 동물의 수호신이다. 뒤쪽으로 향한 발 모양이 특징인데, 자신을 뒤쫓는 사냥꾼과 숲의 침입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쿠루피라는  멧돼지를 타고 다니며 숲과 동물들을 지킨다는 브라질 민속 캐릭터다.  

 

어쨋거나 시간은 흘러 낮에서 밤으로 바뀐다. 그래도 동물들은 줄을 선 채로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이때 밤에 눈을 감는 동물도 있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동물도 있기에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시 낮이 되자 동물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서로의 모습을 보며 놀라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은 아직도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가 되길 기다린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 동물들은 더욱 기뻐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날씨가 변하면서 비가 오게 되자 동물들의 옷 그림은 비에 지워지게 된다. 이렇게 슬픈 상황에서도 동물들은 실망하지 않고 다시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맞이한 줄의 끝에는 신비한 나무 구멍이 있다. 과연 신비한 나무 구멍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에 지워진 자신들의 옷그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동물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될까?  상상하는 재미와 해석하는 재미를 듬뿍 안겨주기에 즐겁게 본 그림책이다.

 

 

 

 

종이 손잡이를 당기면 동물의 모습이 변하는 입체적이기에 발상이 재미있다. 그림 전후의 동물 모습이 나오기에 동물들이 기뻐하는 이유 등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림만으로 동물들의 행동에 대한 인과관계를 유추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기에 상상과 해석의 자유를 즐긴 책이다.  글자는 없고 그림만 있는 책이지만 그림을 통해  끈기와 도전 정신, 질서, 배려, 호기심, 감사, 만족 등을 배우게 된다.

 

브라질의 그림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르셀로 피멘틀이 그려낸 인디언 전통 기법이라고 한다. 2015년 제2회 '나미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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