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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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가정폭력과 아주 작은 거짓말의 폐해

 

 

소소한 거짓말이 일을 키운 경우를 실제로 접하진 못했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실제로 있나 싶기도 해요.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가정 폭력이든 학교 폭력이든 모든 폭력은 무시무시한 상처를 남깁니다. 특히, 가정폭력의 피해는 피해자에게 가장 치명적 결과를 안기겠지만 결국 모두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겠죠. 가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들까지도 말이죠. 만일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라면, 아마도 아이에게 폭력을 대물림할 공산이 클 겁니다. 아이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부부싸움을 한다고 해도 그 피해가 당사자에게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돌아가겠죠.

 

 

소설은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있는 피리위 예비초등학교 아이들과 아이들을 예비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 사이의 친분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이야기가 전체 학부모 사회로 번지며 커져가는 양상이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경고성의 소설이기도 합니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학부모들, 가정폭력을 방관한 부부가 겪게 되는 비극,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타인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경우, 비겁하고 작은 거짓말이 한 아이를 파국으로 몰고 갈 뻔한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긴 이야기를 엮어갑니다.

 

이야기는 레나타와 제프의 딸인 아마벨라가 학교에서 자신의 목을 조른다며 제인의 아들 지기를 지목하면서 문제는 발생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제인의 아들 지기를 퇴학시키자는 탄원서까지 나돌게 되고요. 싱글맘인 제인은 하룻밤 사랑으로 생긴 아들에게 늘 역할 모델을 할 아빠가 없기에 아들 지기와 함께 허상의 멋진 아빠 모습을 심어 주기도 하죠. 제인은 학부모들이 지기를 나쁜 아이로 내몰 때마다 점점 아들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지기의 아빠 쪽 폭력 유전자를 닮았을 거라고 상상하기도 하죠. 사실 아들 지기는 폭력적인 섹스를 하던 남자와 하룻밤 사랑으로 생긴 아이이기에 말이죠. 올바른 역할 모델이 없다는 것이 늘 꺼림칙한 제인은 아들 지기를 위해 아빠의 부재를 채워주려 애쓴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느끼기도 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인에겐 매들린과 셀레스트의 존재는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늘 제인 편에서 그녀를 믿어준 학부모들이었으니까요.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한 매들린은 자신의 아이들이 전 남편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점을 늘 껄끄러워 합니다. 그런 아픔이 있기에 제인의 아들 지기의 출생 과정을 듣고서도 늘 제인 편에 서서 제인을 위로해주죠. 제인의 편에 선 또 다른 이는 셀레스트인데요.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부부로 부러움을 사는 셀레스트지만 그녀에게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아픔이 있답니다. 아이들은 모르게 남편 페리가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몸에 난 상처는 숨길 수가 없었겠죠. 치료사 앞에서도 남편의 폭력이 사랑에서 연유한 것이라며, 아이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장담하던 셀리스트는 나중에 남편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습니다. 제인의 하룻밤 폭력남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매력적인 남편 페리였으니까요. 결국 페리는 학교 행사에서 다른 학부모에게 떠밀려 떨어져 죽게 되고요.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지만 늘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던 페리에게도 연민이 느껴지네요.

 

피리위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은 결국 가정폭력이 낳은 괴물이죠.

셀리스트의 귀여운 아들인 맥스는 어느새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폭군으로 자라고 있고, 그런 맥스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해버리는 아이들, 결국 피해는 엉뚱하게도 약자인 지기가 뒤집어쓰게 되게 쓰면서 학교에서 매장될 위기에 하게 되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력 메커니즘 같아요. 퀴즈의 밤 행사를 즈음한 예비학교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할 것 같은 부부에겐 남긴 가정폭력의 상처가 아이들에게 대물림하는 것임을 경고하는 이야기, 가정폭력이라는 무서운 괴물의 위력, 자신의 작은 상처를 외면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가정폭력의 무서움을 보게 됩니다.

이들 부부의 폭력을 아이들이 모른다지만, 늘 상처를 갖고 사는 엄마를 아이들이 모를까요?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죠.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기도 하고, 어른들 싸움이 아이들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네요.

 

630쪽인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허즈번드 시크릿>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답게 흡인력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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