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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평점 :
페이크 픽션/배상민/자음과모음/삼류 영화감독의 삼류영화가 다큐가 된 사연...
소설 『조공원정대』로 만났던 배상민의 신작인 『페이크 픽션』을 보며 현실이 영화 같고 영화가 현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류 영화감독의 삼류영화가 다큐멘터리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류 영화감독이자 만화카페 주인인 황의 영화인생을 보며 비주류에게도 희망을 주는 세상이었으면 싶다.
삼류 영화감독이자 만화카페 주인인 황은 사회의 비주류이자 늘 쫓기는 인생이다. 가게를 빼달라는 건물 주인의 독촉전화에 시달리기도 하고 자신의 액션 인생을 액션 영화로 만들어 달라는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린다. 황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주의 영화감독이지만 잘 팔리지 않는 시나리오로 입봉조차 못했기에 사채업자의 제작지원을 받았다. 황은 사채업자이자 제작자의 압력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죽음이 기다리는 현실이기에 무조건 영화를 찍어야 했다.
황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고자 최고 성능 화질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돈이 들지 않는 배우를 섭외한다. 사채업자의 액션 일생을 각색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엑스트라 경험이 있는 애인 성숙과 할아버지에게서 무술을 배운 고수면옥의 배달원 이삼룡을 주연으로 삼고 촬영에 들어간다. 열악한 제작비로 인해 태양을 조명으로 삼고, 현실 세상을 영화 세트장으로 삼고, 배우가 가진 옷을 의상으로 한다.
모두 현실에 있는 그대로가 영화의 세트가 되고, 소품이 된다. 액션 신을 찍기 위해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실제 현장을 찾다가 나이트클럽이나 철거 현장에 뛰어들게 된다.
액션 신을 위해 실제 싸움판인 나이트클럽과 철거 현장에 냉면집 배달원 삼룡을 투입해서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 한 영화가 지방의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철거민 농성 현장이던 5층 건물 진압과 폭발 사고로 삼룡은 실종 된다. 그때 시위자들은 화재로 죽거나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되고, 진압 책임자들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세상에서 잊힌 사건이 된다.
어느 날, 철거민 농성 현장이던 5층 건물 참사 때 사라진 삼룡의 쪽지가 다시 날아들면서 삼룡은 철거민 편이 되고 황감독마저 철거민을 위해 나서게 된다.
테러리스트가 다시 나타나 지난 사건과 연계된 자들을 응징하는 삼룡의 변신과 그를 도와 철거민을 위해 영화를 편집하여 배급하는 황 감독의 변신이 눈부시게 매력적이다.
‘벌이 없으면 죄가 없다. 왜 가만히 있느냐!‘는 삼룡의 쪽지, 이소룡, 성룡을 이을 정도의 무술의 내공을 가진 삼룡의 변신,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떠밀려 액션영화를 제작하게 된 삼류 영화감독에서 사회의 비리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황의 변신을 보며 그래도 세상엔 정의가 살아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실제 현장이 영화 세트장이 되는 현실, 영화 세트장이 실제 현장이 되는 현실을 담은 이야기에 웃다가 눈물짓게 된다. 삼류 영화감독, 삼류배우, 삼류인생들이 펼치는 웃픈 인생이야기이기에. 유머 속에 숨겨진 슬픔을 이야기하기에 삼류 영화감독의 삼류영화가 다큐멘터리가 되는 과정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