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반지
즈덴카 판틀로바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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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반지/처참한 상황에서 꽃피운 사랑이 이렇게 심금을 울릴 줄이야!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아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정정해서 놀랍고, 그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대단하다. 나치의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낸 그녀의 체험담을 읽으며 그 생생한 잔혹 역사에 전율이 인다. 20세기의 가장 잔인한 역사 중의 하나로 남는 홀로코스트 이야기, 그 시대상황, 청춘들의 러브스토리까지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즈덴카 판틀로바는 1922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여유 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9315일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면서 그녀의 가족들은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학대와 차별을 받았다. 모든 유대인은 재킷에 주홍글자 같은 다윗의 별을 달아야했고, ‘유대인이라는 소인이 찍힌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아버지의 재산도 독일인에게 강제로 양도되었고, 그녀는 다니던 학교에서 강제퇴학 처분을 받았다. 가는 곳마다 유대인 출입금지, 배급카드제 도입 등 유대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계속 되자 그녀는 살기 위한 본능에 끌려 운명 같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극심해진 반유대주의로 그녀의 가족들은 친구와 이웃을 잃었고, 아버지는 없던 죄도 덮어 쓰고 구금되기도 했다.

 

거리에서나 집에서도 죄수 같은 생활을 보내던 중 그녀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마을에 이사 온 레위인 가족의 아들 아르노와 첫눈에 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곧 각각 유대인수용소로 떠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절절한 사랑이 서로에게 초음파를 보낸 걸까? 그녀는 수용소에서 아르노와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접이식 의자 등 손재주가 남다른 아르노의 선물도 비밀리에 받게 된다. 그리고 죽음으로 가는 형벌 수송선을 타게 된 아르노는 마지막으로 깡통반지를 선물한다.

우리 약혼반지야. 널 지켜줄 거야. 전쟁이 끝나고 우리 둘 다 살아 있다면 내가 널 찾아갈게. (144)

 

하지만 아르노가 탄 수송선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저자 역시 홀로코스트 기간에 테레진 수용소에 갇혔던 온 가족을 잃었다. 그 절멸 수용소에서 그녀와 여동생 리디아는 겨우 살았지만 여러 수용소를 끌려 다녔다. 그러다가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구조되고......

 

그녀는 국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치료를 위해 스웨덴에 보내졌고, 스웨덴에선 스웨덴 주재 체코슬로바키아 대사관에서 비서로 일했다고 한다. 조국인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화 되자 그녀는 호주 이민을 떠났고 그곳에서 결혼하고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처참한 상황 속에서 꽃피운 사랑이 이렇게 심금을 울릴 줄이야!

1942년에서 1945년까지의 착하고 배려심 많던 한 유대인 가정이 살아간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20세기 초반의 넉넉한 유대인 집안의 분위기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너무나 생생하다. 젊은 청춘들의 사랑이 절절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야기다. 힘들게 살았던 젊은 날의 기록을 들려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아흔이 넘은 저자가 부디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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