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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허니문 인 파리/ 사랑싸움도 파리라면 다른가 봐~
신혼여행 중 사랑하는 남편과 단꿈에 빠져 있을 시간에 남편이 업무로 바빠져 혼자 지내야 한다면 아내는 화가 나지 않을까? 신혼여행 중에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부풀어 있을 아내를 두고 남편이 자꾸만 밖으로 돌며 일상적인 일에 바쁘다면 아마도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까? 신혼여행에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갓 결혼한 이들이 신혼여행에서 티격태격하거나 분열의 조짐을 보이더라도 신혼여행 장소가 파리라면 아마도 소설 주인공처럼 사랑의 완성을 이루지 않을까?
《미 비포 유》로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짓게 했던 로맨스 작가 조조 모예스의 신작은 이전에 읽은 작품과 다르지만 여전히 따뜻한 감성이 흐른다.
90년을 사이에 둔 시공을 초월한 두 신혼일기에서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임을, 신혼여행에서의 사랑싸움도 기나긴 사랑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싸움도 파리라면 다름을 보여준다. 예술의 도시이기에 미술관 산책이 나오는 장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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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파리의 신혼여행 중인 건축가 부부와 1912년 파리에서 신혼을 즐기는 화가부부의 신혼생활이 교차하면서 화가 난 아내들을 달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대를 초월해서 아내들이 화가 난 이유는 신혼 초부터 아내에게 집중하지 남편 때문이다. 신혼여행 중에 업무에 집중하거나 자신의 일에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는 남편들로 인해 아내들은 그로인해 오해와 배신감을 가지게 되고 화가 나게 된다. 90년의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내들이 화난 이유, 화가 난 아내들을 풀어주는 남편들의 방법, 화가 풀리는 과정들이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기에 신기할 따름이다.
1912년 파리엔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마음 좋은 화가 에두아르와 그에 맞춰 사는 부인 소피가 있다. 거리의 여자들은 자기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아 최적의 모델이라며 그녀들의 누드를 그린다는 화가 에두아르는 그중 한 명을 아내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남편 에두아르는 친구들을 위해 술과 식사, 시간 제공 등 기꺼이 바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거짓뿐이다. 소피는 남편이 거리의 여자들을 좋아하고 존중하는 화가이자, 형식을 싫어하는 화가이기에 그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을 존중한다. 하지만 남편의 그림 속 모델들을 보면서 점점 남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배신감과 불안감이 쌓여간다. 그림 속에서 모델과 화가 사이에 오간 달콤하고 은밀한 대화와 비밀을 보는 듯해서 배신감이 밀려오게 된다. 소피는 그렇게 그림의 존재가 점점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협하게 되면서 방황을 하다가 남편의 모델이었던 여자를 만나면서 남편의 사랑과 진심을 알게 된다.
2002년 파리엔 3달 정도 사귀고 결혼을 결심한 리브가 있다.
만나지 석 달 하고 하루 만에 데이비드의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을 했던 리브는 일에 중독된 데이비드를 보며 충동적인 결혼을 했다며 자신의 어리석고 경솔한 선택에 후회를 한다. 신혼여행 중에도 일을 하는 남편으로 인해 7일간의 신혼여행이 점점 혼자 있는 시간으로 변하자 남편과의 사고방식 차이를 느끼게 된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막연한 끌림에 한 결혼이 이렇게 신혼여행부터 위기를 맞게 되자 홀로 떠돌다가 미술관에 들어가게 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낯선 남자와 동석을 하기도 하고 미술관을 돌며 에두아르의 <화가 난 아내>그림에서 자신의 모습이 비춰보기도 한다.
언제나 업무상의 일로 바쁜 남편, 앞으로의 인생계획은커녕 남편에 대해 무지하다는 느낌만 들게 되고, 심지어 자기 일에 집중하는 남편에게서 무시당하는 비애까지 느끼게 된 리브는 친구와 통화를 통해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리브는 에두아르의 그림 <화가 난 아내>를 보며 실패한 관계나 무시당하는 아내의 모습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데이비드는 화가 난 아내를 달래고 있는 화가의 사랑스런 시선과 미안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하면서 리브에게 미안함과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업무나 사람에 대한 질투심, 서둘러 결혼한 것에 대한 후회, 결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 등으로 천국이었던 결혼이 순식간에 지옥이 되지만 신혼부부는 미술관 산책을 통해 그림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 예술의 도시 파리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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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가장 좋은 면이 눈에 들어오기에 실제보다 근사해지지만 점점 실제에 다가갈수록 후회와 불편함, 불만이 쌓이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파리를 배경으로 담은 소설이다. 첫눈에 반해 선택한 결혼에서 신혼여행은 잘 끼워야 할 첫 단추 같은 것이다. 신혼여행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양보, 타협, 밀당의 기술을 배우는 첫 수업이다. 혼자가 둘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로 인해 사랑에 금이 가더라도 파리에서라면 미술관의 멋진 그림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고 배려하게 되지 않을까?
파리에서 찍은 사랑하는 남녀의 사진과 글이 매 장마다 펼쳐지기에 파리를 사랑의 도시로 만드는 소설이다. 뜻하지 않는 사랑이 이뤄지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랑이 가까워지기도 하고, 위태롭고 불안하던 사랑도 공고해지는 곳이 파리인가 보다. 사랑의 완성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예술을 매개로 화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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