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친 소년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7
이꽃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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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친 소년/이꽃님/주니어김영사/창씨개명을 금하라!

 

일제강점기의 삶을 어른들을 통해서 가끔 듣지만 겪어보지 못한 시절이기에 그 시절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창씨개명, 신사참배, 강제징용, 위안부 등 일제가 행한 잔혹한 정책을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을 살아냈던 어른들이 대단해 보인다. 독립을 위해 저항하며 목숨을 바친 이들도 존경스럽지만 일제에 아첨하지 않고 그 시절을 묵묵히 견뎌냈던 이들도 존경스럽다. 그 시절을 살았던 소년과 소녀들의 삶을 차마 상상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핍박과 굶주림, 무시로 가득한 삶이었으리라. 오늘, 조국을 일본에 빼앗기고 이름도 빼앗겼지만 정신만은 뺏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던 일제 강점기 청춘들의 자화상을 접하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야기는 서울역 앞에서 소매치기를 일삼던 최용에 의해 송주학은 자신의 가방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시작한다. 용은 자신이 훔친 중절모 신사의 가방이 주학의 가방과 바꿔치기가 된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손에 들어 온 가방에서 창씨개명 반대를 담은 전단과 총이 들어 있음을 알고 놀란다. 그리고 가방을 몰래 숨겨 놓으면서 용은 밤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에 시달리거나 엄마에 의해 버려졌던 기억, 천대받던 거지생활 등 나쁜 기억에 시달린다.

최용은 자신이 거지 생활을 할 때 알던 누렁이와 딴지를 통해 주학의 가방 행방을 알게 되지만 그 가방으로 인해 창씨개명을 반대하던 기영이 형이 일본 헌병에 붙잡히게 된다. 용은 미남형 인력거꾼인 기영이 형의 행동하는 양심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용은 자신이 일하던 여관 주인아저씨의 인색하면서도 기영이 형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 놀라게 되고, 비겁하게라도 살아야 했던 아저씨가 사정을 듣게 되고......

 

야학을 통해 한글을 몰래 깨치는 어린 인력거꾼 기영이의 가족과의 이별은 소련의 연해주 조선인에 대한 강제 이주 정책으로 더욱 기약 없는 만남이 된다. 가족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창씨개명을 거부해야했던 기영이 형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용은 주학과 이름을 훔치는 일에 동참하게 되고......

 

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족을 배신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끼며 아버지의 조선인 징병 서류 가방을 훔쳐야 했던 송주학, 덕성여관의 잔심부름을 하며 소매치기를 일삼다가 뒤늦게 자신의 정체감을 생각하는 최용, 미남형 인력거꾼인 기영이 형의 행동하는 양심, 기영이 형의 기약 없는 가족과의 이별에 대한 절망감, 창씨개명의 혼잡을 틈타 자신의 이름을 훔쳐오는 소년들의 활약 등이 흥미진진하게 하지만 슬픈 우리의 역사이기에 가슴 먹먹해진다.

 

글을 깨치면서 정신까지 깨어나는 그 시절 청춘들, 무고한 조선인을 향한 일본 순사들의 무수한 발길질과 총질,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일제에 대한 저항들이 활극 같이 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은 물론 조선인들에게조차 멸시받고 천대받던 거지들의 이름에 자존심은 개인보다 나라 우선이었기에 존재감이 남다르다.

 

일본 헌병들의 막무가내 식 탄압을 견뎌야 했던 일제강점기 청춘들의 자화상을 보며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꿈을 꾸며 희망찬 내일을 설계할 나이에 자신의 이름조차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설움을 지니고 살아야 했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잃지 않았던 청춘들이기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덕성여관, 거지촌, 인력거꾼, 야학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잃어버린 수상한 가방을 찾는 과정, 창씨개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마치 첩보물 같기도 하고 어느 독립운동가의 경험담 같아서 스릴도 있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 길들여진다는 것의 무서움,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기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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