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남은 생의 첫날/다른 연령대 세 여인의 일상탈출 여행기~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입니다! 언제부턴가 문자 메시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문구입니다. 처음이라는 의미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꽉 차 있기에 풋풋하기까지 합니다. 모든 결심이나 계획에서 첫날의 의미는 절반의 의미심장함이 있을 정도로 처음은 절반의 무게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절반의 무게감과 설렘을 가진 날이죠.

 

 

에크리르 오페미닌 문학상수상작이자 아마존 프랑스소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남은 생의 첫날>을 읽으며 여자의 일생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르지만 여성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겠죠. 어려서는 부모님의 권위에 짓눌리기도 하고, 결혼을 했다면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휘둘리기도 하고, 직장생활을 한다면 상사의 위세에 여러 번 속상해 하겠죠.

 

이 소설은 각기 다른 연령대의 다른 처지의 여성 세 명의 일상 탈출을 소재로 하기에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합니다.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자, 새로운 사랑을 찾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고 싶은 여자, 배신당한 삶을 치유 받고 싶은 여자의 세계 방랑기입니다.

 

스물다섯 살의 카밀은 유머는 있지만 뚱보라는 점 때문에 늘 놀림감이 됩니다. 그로인해 자신감이 부족했던 그녀는 다이어트와 성형수술로 거듭나게 되면서 나를 되찾고 싶어 합니다.

 

마흔 살의 마리는 첫사랑 남자와 꿈같은 결혼을 해서 예쁜 딸 둘을 낳아 대학교에 보냈어요. 하지만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권태로 가득한 삶을 살았어요. 바람을 피우는 남편, 엄마가 뜨개질한 옷을 거부하는 딸을 보며 투명인간 같은 주부로 살아야 했죠.

 

예순두 살의 안느는 결혼식도 않고 아이도 없이 도미니크와 수 십 년 동안 알콩달콩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사랑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도미니크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둘 사이도 금이 가게 되었고, 단 한 번의 외도로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가 깨지게 됩니다.

 

 

뚱보라는 사실로 놀림감이 되어 자신감을 잃은 이십대 여자와 첫사랑과의 결혼에서 사랑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권태만 남은 40대 주부, 결혼식도 않고 아기가 없어도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런 신뢰가 한순간에 깨져 버린 60대 여자가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치유해 가는 이야기가 통쾌하게 흐릅니다.

 

고독 속의 세계일주라는 혼자만의 여행자를 위한 크루즈 여행에서 비슷한 부류라는 동질감이 서로의 마음을 터놓게 했을 겁니다. 피해자라는 동류의식은 소통의 중요 도구로 작용하면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억눌린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모습에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는 느낌도 듭니다.

 

평소에 짓눌린 화나 분노를 조금씩 해소했다면 이렇게 작정하고 떠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상다반사 같기도 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합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런 종류의 일상탈출 여행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멋진 여행을 함께 다닌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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