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 : 점에서 점으로
쉬빙 지음 / 헤이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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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점에서 점으로/쉬빙/헤이북스/세계 각지의 상징과 기호로 그린 독특한 이야기~

 

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봤지만 상징과 기호가 가득한 책은 처음이다. 세계 각지의 상징과 기호로 소설을 만들었다니!

지서! 점에서 점으로!

각종 심볼과 기호로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인 쉬빙(徐冰)차이나 아방가르드’ 1세대인 설치미술가이자 서예가다. 7년 간 세계 각지를 돌며 수집한 심볼 문자들로 채워진 책이다. 그래서 그림 없는 그림책을 빼면 번역서가 없는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가이드 북에는 주인공 미스터 블랙(화이트컬러 직장인)이 살아가는 24시간을 그렸다는 정도의 설명이 있다.

 

 

의외로 쉽게 읽히지만 시간은 꽤 걸리는 책이다. 기호 하나가 하나의 구절을 이루고, 상징 몇 개가 하나의 문장을 이루고 있기에 곰곰이 생각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따지게 된다.

 

앞부분을 해석하면 이렇지 않을까?

오전 7!

점점 세상이 밝아지는 아침이다. 건물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나무 위의 새들도 노래를 부르는 기분 좋은 이른 아침이다. 미스터 블랙은 시계의 알람소리와 새소리를 듣지만 침대에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알람인지 새소리인지 분간 못하는 걸까? 5분간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던 새가 노래를 멈추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가 떠나 버리고, 이제 남은 건 시계의 알람소리다. 미스터 블랙은 시계의 알람소리가 계속되자 이제야 감았던 눈을 살그머니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구름이 끼고 비 뿌리는 하늘이라니! 그는 찌푸린 하늘만큼이나 찌푸린 표정으로 다시 눈을 감는다.

그때 고양이 나비가 침대로 풀쩍 뛰어 올라 주인을 깨운다. 미스터 블랙은 다시 눈을 뜬다.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미스터 블랙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니 나비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듯 우아하게 사라진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가서 급한 용무를 본다. 문제는 그가 변비로 꽤나 고생을 한다는 점이다.

몇 분을 기다려도 변은 내려오지 않자 휴대폰으로 변비를 해결하는 법을 검색해서 터득하게 된다. 다행히 용변보기에 성공한 그는 물을 내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미스터 블랙(화이트컬러 직장인)’24시간의 모습을 나타내는 모든 기호와 상징이 현존하는 세계 각국의 것이기에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들, 서로 다른 상징 체계나 부호를 사용하는 나라들이기에 소통이 쉽지 않음을 일깨우기도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보는 듯하다. 그림문자 같은 상징과 암호 같은 기호들이 가득하지만 어렵지 않기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물론 시간은 꽤나 걸리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제각각일 수도 있지만 해석 내용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현대 상형문자들인 이모티콘, 화장실이나 공공장소의 기호들, 각자의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지만 도시의 화이트컬러의 일상이 비슷해진 세상이니까. 어쨌든 특이해서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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