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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개정판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이미 만화와 드라마, 영화로 사랑을 받았던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열여섯 살 고등학생의 순수한 사랑을 읽으면서 어딘 가에선 이런 가슴 아픈 사랑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슴 먹먹했다. 이미 만화와 드라마, 영화로 사랑을 받았던 소설이지만 읽기는 처음이다. 십대들의 순수한 로맨스이기에 연분홍빛 순정만화 같고, 벚꽃 날리는 싱그런 봄날을 담은 한 편의 수채화 같다. 할아버지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손자 사쿠타로의 일찍 끝나버린 사랑이 서로 대비되면서 실현되지 않은 사랑도 사랑임을, 죽음과 함께 사라진 사랑도 사랑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옛 애인과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할아버지와 통하는 손자 사쿠타로는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아키와 친구 같은 애인이 되어간다. 늘 함께 하던 두 사람은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랑의 감정을 점점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교환일기를 함께 쓰기도 하고, 도서관 나들이도 함께 하고, 친구 오오키런 짖꿎은 계획으로 무인도에 가서 둘만의 추억도 쌓게 된다. 사쿠타로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할아버지의 옛 애인의 유골함에서 그녀의 뼛가루를 훔쳐와 할아버지 무덤에 뿌리기로 약속도 한다. 하지만 아키가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결국 아키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둘이서 아무도 없는 호주 사막에 가려다가 호주에 가지 못한 상태에서 아키는 죽음을 맞게 된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무덤에서라도 이루고 싶다던 할아버지의 사랑은 형체를 떠난 50년간의 사랑이었다. 할아버지의 사랑은 좋아했던 사람이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저세상에서나마 이루고자 하는 갈망이었고, 실현되지 않은 사랑이기에 가슴 속에 담아 소중하게 키워왔던 사랑이었다. 반면에 손자의 사랑은 현실에선 꽃 피웠지만 미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일찍 사그라진 슬픔으로 끝난 사랑이었다.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랑, 실현도중에 낙화해버린 사랑, 모두 슬프기는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쿠와 아키의 사랑은 완숙되지 않은 감이 바람에 떨어지듯 비애 가득한 미완의 운명적인 사랑이랄까?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기에 더욱 애절하고 가슴 먹먹해지는 사랑이다.
못다 핀 십대들의 사랑이 너무나 순수하기에 읽으면서 가슴 한켠 정화가 되는 듯하다. 이젠 영화로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