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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ㅣ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야성의 부름/충직한 썰매 개 벅, 버림받아 야성으로 돌아가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야성의 부름>은 출간 한지 100년이 지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소설인 이유는 아마도 개의 야성과 본능을 꿰뚫는 저자의 통찰에 잇을 것이다. 더불어 19세기 말 유행한 캐나다 유콘 지방의 ‘클론다이크 골드러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잘 묘사한 데 있으리라.

황금을 찾아 알래스카로 가는 사람들을 태운 썰매 개 벅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욕망과 개의 충직함, 인간에게 버려진 후 생존을 위해 야성을 찾는 개의 생존의 법칙을 보는 듯하다.
소설의 배경은 캐나다 북쪽 북극의 얼음 속에서 황금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쪽 땅으로 가던 시절이다. 밀러 판사저택의 개 벅은 주인집 아이들과 자유롭게 뛰놀던 개다. 하지만 벅은 판사저택의 정원사의 조수 매뉴얼에 의해 납치당한다. 이후 빨간 스웨터 사내에 의해 몽둥이세례를 받아 썰매 개로 길들여진다.
벅은 페로와 프랑수아에게 팔리면서 스캐그웨이에서 도슨까지 정부의 공문서를 전달하는 우편 썰매를 끌게 된다. 썰매개가 된 벅은 생존 기술을 터득해간다. 벅은 썰매 개의 자존심을 지키며 유콘 강 상류로 들어가는 길인 ‘칠쿠트 트레일’의 시작점인 가파른 다이이 협곡을 거슬러 오르고, 수목 한계선을 넘고, 빙하와 눈 더미를 지나 칠쿠트 분수령도 통과한다. 물론 도중에 추위와 배고픔에 적응해가고, 허스키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야수의 본능을 드러내 썰매 개 대장인 훈련된 전사 스피츠와의 한판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며 잠시 대장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벅의 여정은 영하 50도의 북극 지방 날씨에 14일 동안 평균 64킬로미터를 달리는 강행군이었다. 개썰매 몰이꾼 사이에선 그런 벅이 대단한 썰매개로 인정을 받게 되지만, 노련한 페로와 프랑수아가 떠나면서 벅은 점점 초보자인 개썰매 몰이꾼들의 썰매를 끌게 된다. 결국 더 이상 썰매를 끌 수 없게 되자, 벅은 버려진다. 이후 벅은 숲으로 다시 돌아가서 야성 본능을 드러내며 먹이사냥을 위해 긴장을 놓치지 않는 야수로 변하게 된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쓸모가 없어진 썰매개가 인간에 의해 버려지는 상황에 가슴이 먹먹하다. 캐나다 유콘 지방의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시절, 황금에 눈 먼 인간들의 군상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기에 예사롭지 않다. 19세기 말 미국 사회상을 생생하게 삽화로 보여주기에 장면을 그리기 쉬웠던 작품이다.
저자인 잭 런던은 처음 알게 된 작가다. 그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지역을 떠돌며 신문 배달부, 술집 청소부, 통조림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 중에도 도서관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았고, 이 때의 독서는 그의 문학적 성공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양식장의 굴을 훔치기도 하고, 어업 순찰대, 일본해안에서 바다표범 잡이 선원이 되기도 하고, 부랑자로 살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대학을 중퇴하고, 의붓누나 부부와 함께 금광으로 가기도 했다. 늘 책을 읽으며 글을 쓰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 1903년 <야성의 부름>을 쓰게 되면서 인기와 부를 단박에 거머쥐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러일전쟁 종군 기자가 되어 조선을 방문하기도 하고, 배를 만들어 세계일주에 나서기도 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문학작품을 발표하기도 하고, 오클랜드 시장 선거에 나가기도 하고…….이렇게 잭 런던은 노동자, 작가, 언론이, 정치인으로 뜨겁게 살았지만 술과 마약에 빠져 들면서 마흔에 세상을 떠난 작가다.

100년 동안 사랑받았다는 <야성의 부름>을 처음 접하지만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도 이 소설이 세월이 흘러도 통하는 가치관, 인간의 욕망, 개의 본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