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들의 정원/샘터/영국 작가들이 영감을 받았던 수채화 같은 정원, 멋지다!

 

꽃밭이나 정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적인데, 영국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영국 정원을 사진으로 보고 있으니 저절로 감성 충만해진다.

 

 

들판의 허브와 숲 속의 나무들을 열정적이고 다정하게 돌보는 일이 얼마나 큰 육체적 즐거움을 주며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는지, 어떤 말이나 사상으로도 그 변화의 가능성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존 러스킨 (61)

 

 

브랜트우드에서 실험적이고 과학적인 설계를 하며 육체노동을 즐긴 러스킨은 생의 마지막 30년 동안 자신의 정원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즐겼다고 한다. 메마른 황야를 풀꽃으로 가득한 정원으로 가꾸고자했던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찰스 다윈을 초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자신의 정원이 사유의 실험실이기도 했고, 정원에 적합한 식물을 찾는 실험실이기도 했기에 러스킨의 정원은 미래지향적이었다고 한다. 러스킨의 정원사랑은 땅을 이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었다.

 

 

표지 그림에 나온 로알드 달의 집시하우스엔 집필실로 가는 길에 알리움 퍼플 센세이션이 가득 피어있다.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제임스와 슈퍼복숭아은 정원 과일나무의 벌레들을 관찰하며 애벌레 크기의 아이들을 상상하며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원에서 이야기를 탄생시킬 정도라니, 정원에서 얻는 작가적 상상력의 무한함을 느끼게 된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에 나오는 주인공 맨덜리가 처음으로 본 진홍빛 철쭉, 버지니아 울프의 큐 가든등 모두 자신의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정원에서 본 과일나무, 관목 숲, 꽃 등을 관찰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일상을 벗어난 조용하고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정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에게 첫 소설에 대한 영감을 준 잭에스 힐의 오두막, 현지인들에 의해 살아남은 윌리엄 워즈워스의 코커마우스와 그라스미어, 제임스 배리가 피터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모트 브래 트러스트, 현지인들에 의해 살아난 정원, 잃어버린 정원, 사라진 정원, 비밀의 화원 같은 정원, 물레방앗간이 있는 정원 등 사진만 보고 있어도 이야기가 줄줄 나올 법한 분위기다.

 

토마스 하디의 하디스 코티지와 맥스 게이트, 월터 스콧의 애보츠퍼드, 버지니아 울프의 집필용 오두막인 몽크스 하우스, 제인 오스틴의 가드머셤 파크와 초턴 하우스, 존 러스킨의 브랜트우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린웨이, 찰스 디킨스의 개즈 힐 플레이스, 조지 버나드쇼의 쇼스 코너 등 모두 영국 작가 19인의 정원을 보고 있으면 저런 정원을 소유하고 있으면 저절로 영감이 떠오를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자신의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자신의 정원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기도 하고, 정원의 식물을 소재로 영감을 얻거나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에 작가들의 흔적이 정원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정원 가꾸기로 유명한 영국이어서 일까? 정원 사랑이 유별난 영국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원이 가져다 준 선물이 무한함을 생각한다. 작가들이 자신의 정원에서 글쓰기의 영감을 받거나 위로를 받기도 한 이야기, 글쓰기의 은신처로 삼았을 정도로 정원을 가꾸고 사랑한 이야기를 읽으며 식물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주는 영감의 위대함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평안함이 눈을 즐겁게 한다. 초록의 식물과 갖가지 색의 꽃들이 어우러진 담장 너머 거인의 정원을 훔쳐 본 느낌이다. 자연 그대로가 아니지만 몸을 움직여 가꾸고 다듬은 영국식 정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정원을 사랑했던 영국 작가들의 면면과 정원이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도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