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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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샘터/<쓰가루 백년 식당>작가의 반전 이미지를 심어준 청춘방랑기~

 

이번엔 붉은 노을을 보며 한 손엔 병맥주를 든 채로 두 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 큰 소리로 환호하는 듯 표지 그림이다. 한 젊은 남자가 제방에 걸터앉아 짙푸른 바다 위의 지는 해를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여유롭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술 한 잔의 의미는 긴장된 하루의 해체이기에 더욱 느슨한 평온이 느껴진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병맥주를 들고 무언가를 외치는 모습에서 자유분방함과 호기로움, 삶에 대한 열정과 관조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여름 휴가철 어디에선가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붉은 노을 맥주!

저자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푸른 하늘 맥주>를 유쾌하게 읽었기에 내심 기대했던 책이다. <쓰가루 백년 식당>의 잔잔한 분위기와 사뭇 달라서 반전의 작가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유쾌하고 발랄하고 엉뚱하고 재밌는 여행기다. 대충대충이라도 원시인이 되고 싶고, 얼렁뚱땅이라도 자연인이 되고 싶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인이 되고 싶었던 작가의 모험 여행기다.

 

20대 초반, 작가는 일본 전국을 여행하며 산이나 바다에서 노숙이나 캠핑을 즐겼다고 한다. 모리사와 아키오가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를 하거나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은 물고기를 맥주안주를 만들어 먹은 이야기에선 군침을 삼키기도 하고, 헤엄치거나 주변의 아이와 어른들과 노닥거리는 이야기에선 장난 끼가 다분한 자유인의 설렘을 느꼈던 작품이다.

 

이번에도 자연 속에서 원초적인 자유를 느끼는 작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의 골짜기나 동굴, 자신만의 아지트를 발견하는 재미를 즐기는 것 같다. 잠깐이나마 원시인이 되고 싶었던 걸까? 그곳에서 그는 거추장한 문명의 옷을 벗어버리고 홀딱 벗은 원초적인 몸으로 물놀이를 즐긴다. 강에서 잡은 투명한 줄새우를 볶아 21세기 문명의 흔적인 캔맥주를 벌컥대며 마시기도 한다.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채우려는 순간에 늘 문명의 물건들이 빠지지 않는 상황이 유머러스하다.

 

대학생 때 우연히 발견한 바닷가 비밀동굴에서의 캠핑생활은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숙방랑 생활을 하다가 발견한 비밀의 동굴이라니. 아무리 예전이라지만 스노클링을 하면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떠먹거나 불에 구워 먹으며 보낼 수 있는 작가만의 비밀동굴이 있을 수 있나? 비밀동굴에서 기거하면서 앞 바다에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로 초간단 해물요리, 감태밥, 톳밥, 각종 즉석 해산물 안주를 만들어 캔맥주와 함께 먹는 맛이란 굉장할 것 같다. 그 순간의 맥주 맛을 어찌 짐작이나 할까마는. 그러다가 비밀의 동굴을 선점한 홈리스 아저씨와의 만남에서 캔맥주와 유통이 지난 음식 교환, 라이터 등과 교환하는 이야기는 엉뚱하면서도 웃기는 이야기다. 지금은 덤불이 치워지고 길이 나면서 작가의 아지트가 사라졌다고 한다. 만약 지금까지 비밀의 동굴로 존재한다면 관광명소가 되진 않았을까? 작가의 동굴이라는 명소가 되었을 법 한데…….

 

 

20대 초반, 저자는 차를 몰거나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일본 전국을 여행하며 산이나 바다에서 노숙이나 캠핑을 즐겼다고 한다. 저자가 인적이 드문 강이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놀다가 낚시를 하기도 하고, 맨손으로 잡은 물고기로 반찬을 만들어 먹으며 들이키는 맥주 한 잔의 맛은 모르긴 해도 세상 최고의 맛이었으리라. 짓궂은 친구로 인해 잘못 먹은 곰팡이 빵을 토해 내지 못하고 위를 살균하려 들이키는 해독 위스키의 맛은 결코 짜릿하지 않았으리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쓰가루 백년 식당>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작가의 청춘 에세이인 청춘 방랑기에는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즐기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저자의 또 다른 면을 알게 해 준 일상의 청춘 이야기는 저자에 대한 반전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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