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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고고학 - 미셸 푸코 문학 강의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문학의 고고학/인간사랑/허경/미셸 푸코의 강의, 문학과 언어!
고고학이라면 과거의 흔적인 유적과 유물 등 증거를 바탕으로 과거의 문화와 역사, 그 시대의 생활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학의 고고학이라면 과거의 문학을 통해 문학의 생성과 발달, 각각의 문학적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일 것이다.
문학의 고고학!
들뢰즈, 라캉과 함께 프랑스 현대 철학을 이끈 미셸 푸코의 문학 강의를 접할 수 있다니, 반갑다. 프랑스를 넘어 현대 철학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미셸 푸코의 ‘문학의 고고학’ 강연을 읽을 수 있다니, 어렵지만 참신한 내용들이기에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 기분이다. 비록 그의 목소리가 아니고 강연을 옮긴 글이지만 마치 방송이나 강연을 접한 기분이다. 광기의 언어, 문학과 언어, 사드에 대한 강의 등 3부로 이뤄진 이 책은 1963년 푸코의 방송국 공개 강연, 1964년 벨기에 브뤼셀의 생루이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 <문학과 언어>에서의 강연, 1970년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학에서 문학 강연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1964년 벨기에 브뤼셀의 생루이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 <문학과 언어>에서의 강연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 강연에서는 중얼거림의 발화인 언어와 단어와 기호의 투명함을 두텁게 만든 작품, 언어와 작품의 정점에 있는 문학의 삼각형 구도에 대한 분석이 특징이다.
문학은 수사학의 공간이 우리가 책의 부피라 부를 수 있을 무언가에 의해 대체되었던 순간 시작되었다.(150쪽)
나는 문학적 의미의 글쓰기란 작품의 중심 자체에 되풀이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167쪽)
푸코는 하나의 우화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이루어진 문학이 언어-작품-문학의 삼각형 안에서 능동적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푸코는 작품이 문학에 보내는 신호들, 문학의 언어와 수사학, 되풀이와 되풂의 과정을 거쳐 순환되는 문학의 이중/분신의 법칙과 말놀이 전개 과정 등을 통해 과거의 문학이 반복과 이중의 과정 등을 거치며 생존함을 이야기한다. 이중에서도 이중적 참조가 두드러지는 바타유와 블랑쇼, 라신과 코르네유, 보마르쉐, 마리보, 보들레르 등 프랑스 작가들에 대한 소속에 대한 정리 및 관계 짓기는 이들의 작품을 읽어야 이해될 이야기다. 푸코의 문학 강연에는 세르반테스, 프루스트, 조이스의 작품 인용이 자주 등장한다. 19세기 문학에 나타난 역사성과 새로운 문학의 행위인 부정 작용, 거부나 살해의 시도에 대한 문학적 의미들, 인간이 어떻게 앎을 구성해 가는 지, 문학이 어떻게 되풀이되는지, 기존 사유가 재해석되는 상황들에 대한 푸코 특유의 기존 문학의 고고학적 사유가 끌림이 있다.
기존 서구적 사유를 넘은 폭넓은 사유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셸 푸코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한다. 프랑스를 넘어 현대 철학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미셸 푸코는 혁명 전사 같은 철학자다. 그 이유는 철학적인 사유와 저술을 넘어 자신의 생각과 이론을 행동과 실천으로 일관한 그의 삶의 태도 때문 일 것이다.
책 속에 만나본 프랑스의 구조주의 기수로 알려진 철학자 미셸 푸코의 이중-분신의 사유, 언어의 이중적 존재론, 인식론에 근거한 그의 강의는 매우 논리적이고 달변의 철학 강의 같다.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를 모두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푸코의 문학 강의는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기에 다소 난해한 강의다. 그래도 이전에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을 만화로 읽었기에, 다소나마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 푸코가 말하는 광기, 말과 사물, 지식의 기원 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책이다. 어렵지만 푸코의 열정적인 강의의 현란한 문장의 매력 속으로 빨려든 책이다. 언어를 탐지하고, 모든 문학적 실재에 대해서 의심했던 철학자의 깊은 고민과 사유의 결과물인 강연을 들은 기분이다. 마치 문학의 언어로 철학하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