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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연인 1 - 개정판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5년 5월
평점 :
광해의 연인/유오디아/시간여행/16세기 소년과 21세기 소녀의 로맨스!
조선의 역대 왕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왕이기 때문일까? 조선 15대 임금 광해에 대한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광해군의 이복 여동생의 삶을 다룬 드라마 <화정>으로, 책 <광해의 연인>으로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광해군의 극적인 삶은 아마도 시대가 만들었을 것이다. 임진왜란과 붕당정치로 인해 광해군은 현군과 폭군을 오가는 삶을 살아야 했고, 왕이 되었다가 조카 인조의 반정으로 폐위되는 불행까지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광해군은 선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임진왜란 당시 피난(몽진)하던 선조 대신에 분조를 이끌고 식량과 군사를 모아 왜와 싸웠고, 임진왜란 후에는 전쟁 수습을 했던 왕이었다. 그래서 선조보다 백성들의 민심을 얻었던 왕이었다. 명나라가 임진왜란과 내분으로 약해지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여진족이 후금에서 청나라로 중국에 등장하기 직전,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라는 실리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인 임해군과 이복동생 영창 대군을 죽이고, 인목 대비와 이복여동생 정명공주를 유폐시킨 왕이었고, 정원군의 아들 인조의 반정으로 결국 폐위에 이른 왕이었다.
시간여행!
누구나 한 번 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 시켜주는 소설이다. 더구나 왕세자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랑이야기라니, 역사 관련 책을 쓰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18세 소녀가 조선의 세자인 광해군을 만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시간여행자 가문에서 태어난 경민은 9세에 시간 여행을 통해 세종대왕을 만난 적이 있다. 시간여행자 가문 출신은 대대로 시간여행을 하지만 불운한 삶을 산다. 시간여행자 가문 출신의 여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갈 수는 있지만 남자의 도움 없이는 원래의 시기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확한 시간 여행도 하지 못한다. 특히, 시간여행자가 과거의 일에 관여했다가는 죽음을 당하기에 시간여행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현실에선 실종 처리되기도 한다.
18세 소녀 경민은 아빠가 시간여행을 떠난 사이에 아빠의 서재에서 조선에서 온 동갑내기 왕세자인 멋진 소년을 만나게 된다. 삶은 계란을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도포에 갓을 쓴 그는 경민을 따라 버스를 타기도 하고, 사진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도시의 무수한 빛을 별빛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소년은 임진왜란 중이던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떠난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가 시간여행으로 인진왜란의 전장에 휩쓸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된 경민은 아빠를 만나고자 조선의 왜란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거주와 이동이 제한적이고 신분제이던 조선에서 아빠를 만나려면 광해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경민은 조선의 행궁으로 들어간다.
평소 광해군과 친하던 이복동생 정원군에게 발견된 경민은 정원군의 아들 이종의 보모상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종은 경민을 무척 따르지만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경민은 마음이 불편해 진다. 역사 속 이종은 선조의 첫 손자로 훗날 인조반정을 통해 광해군을 폐위시킨 인물이자 삼전도에서 청에 굴욕적인 항복의식을 치렀던 비운의 인물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민은 행궁에서 보모상궁과 수라간 나인을 거치면서 정원군의 일방적인 구애, 어렵게 만난 광해군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역사를 잘 아는 21세기 소녀가 시간여행을 통해 조선의 궁궐로 들어가 역사와 마주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16세기 소년과 21세기 소녀의 풋풋한 로맨스, 누구나 꿈꾸는 시간여행이기에 설레며 읽은 소설이다. 1편을 읽으며 조선 왕실의 드라마틱한 인물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렸다고 할까? 2, 3편에서는 본격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