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걸 온 더 트레인/ 기차 밖 풍경이 현실이 되고,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

 

 

느릿한 완행열차를 타다보면 정차하거나 천천히 달리는 순간, 차창 너머로 보이는 기찻길 주변의 마을을 유심히 보게 된다. 만약 매일 완행열차로 통근하게 된다면 일정한 시각에 일정한 장소에서 기차가 멈추기에 그 시각에 본 철로 주변은 익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눈에 담은 장면으로 온갖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까? 느린 완행열차를 타면서 타인의 삶을 훔쳐보다가 사건에 연루된다는 설정이 오지랖 넓은 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소설은 레이첼, 메건, 애나 등 세 여인의 불행하게 엮이는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조다.

레이첼은 늘 런던 행 완행열차를 타고 통근한다. 기차를 타면서 습관처럼 철로 주변에 있는 집들을 바라보며 상상을 한다. 때로는 철로 주변에 사는 이들이 각자의 집에서 무탈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평온을 느낀다. 레이첼은 철로 주변에서도 특히 기차가 정지하는 순간에 늘 보게 된 집, 스스로 이름을 붙인 제스(실제로는 메건)와 제이슨(실제 이름은 스콧)이 사는 집에 관심을 기울인다. 어느 날 레이첼은 기차를 타고 가다가 제스가 제이슨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순간 전남편 톰과 애나의 불륜을 떠올리며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뉴스를 통해 제스의 실종 사건을 접하게 된다.

 

메건(제스)은 늘 기차가 지나가다가 정지하는 소리를 듣는 철로 주변 지역의 지역민으로 스콧(제이슨)과 함께 산다. 메건의 집은 레이첼과 전남편 톰이 살던 집 근처에 있다. 메건은 오빠의 죽음 이후 심리 불안 상태이기에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녀는 늘 공허감과 망상 속에서 방황을 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중에 실종하게 된다.

한편, 철로 주변의 레이첼의 옛 집에선 전남편 톰과 애나가 아기를 키우며 살고 있다. 애나를 아기를 보모인 메건에게 맡긴 적도 있다. 하지만 애나는 불임인 레이첼이 아기를 데려가기도 해서 늘 레이첼에게 아기를 뺏길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린다.

 

문제는 레이첼이 기차 안에서 본 장면을 통해 메건의 불륜을 상상하게 되고, 상상에 확신을 더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억상실증을 가진 알코올 중독자인데다가 최근 실직한 상태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상황인데다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메건이 실종된 날, 레이첼은 철로 주변에서 피투성이였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내지만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 같기도 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자신이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잊어버렸다는 확신까지 하게 된다.

 

 

통근 완행열차, 살인사건, 알코올 중독으로 겪게 되는 단기 기억상실증, 불임과 이혼, 가족의 죽음으로 겪는 방황 등 아픔을 가진 이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느릿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읽는 속도감은 고속 열차를 탄 기분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소설답게 반전과 스릴이 마음을 끈다.

레이첼, 메건, 애나의 불행한 과거와 현재의 비극이 기차 밖 풍경에서 현실로 들어오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다. 과거의 불행을 쉽게 잊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이 우울, 불안,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면서 사고가 되고, 사건이 되는 이야기다. 비록 소설이지만 안타까운 세 여인과 남자들의 이야기다. 만약 과거의 아픔을 빨리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았더라면 세 여인은 모두 행복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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