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야, 너도 조심해
시게모리 지카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늑대야 너도 조심해/ 늑대의 입장에서 다시 쓴 전혀 다른 시각의 동화…….
늑대와 일곱 마리의 아기 염소,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 형제를 읽다가 보면 언제나 늑대는 어린 동물이나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리곤 결론에 이르러선 언제나 늑대가 응징을 받는다. 이렇게 아이들이 읽는 동화 속의 늑대는 언제나 사악한 포식자다. 대개는 주인공을 잡아먹는 악역이다. 꾀가 많고 교활하고 영리하고 잔인한데다 언제나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해친다. 하지만 동화이기에 결국에 가서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식의 결론에 이른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04/pimg_7269711951252790.jpg)
만약 늑대의 입장이라면 억울해 할 일이다.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늑대의 역할은 육식 동물인데다가 포식자이기에 말이다. 그래서 이 동화는 늑대의 입장에서 늑대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한다. 늘 당하기만 하는 늑대에게 조심하라며 주의까지 주는 동화다. 재미있는 건 늑대가 그림책을 펼치며 원래 동화의 전개를 따라가다가 나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결국엔 아기 염소 일곱 마리, 빨간 모자, 아기돼지 삼 형제에게 당한다는 내용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04/pimg_7269711951252791.jpg)
배가 고픈 늑대는 먹이 사냥을 나서지만 황당한 일을 보게 된다. 막내 돼지가 늑대가 나타나면 펄펄 끓는 솥에 늑대를 빠뜨리겠다면 호언장담하는 모습에 늑대는 기겁을 한다. 아기 염소만 있는 집 문 앞에서 엄마 염소 흉내를 내지만 끄덕도 않는 아기 염소들의 겁먹지 않는 모습, 아기 염소들이 힘을 합쳐 늑대의 배속에 돌을 넣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엿들은 늑대는 겁을 내며 도망을 친다. 숲 속에서 만난 빨간 모자에게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을 꺾으라며 빨간 모자를 유혹하지만 먼저 도착해서 문을 열어 주는 빨간 모자의 당당한 모습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강자와 약자가 뒤바뀐 동화다. 용기와 지혜가 힘을 이기는 동화로 탈바꿈한 이야기다. 늑대를 무서워하기는커녕 되레 아기 동물들이 힘을 합치고 기지를 발휘하기에 늑대의 사냥은 수포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늑대의 입장에서 다시 쓴 전혀 다른 시각의 동화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동화다. 명작 동화 비틀기 같다. 어색하지만 창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