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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리오네트의 고백/카린 지에벨/밝은세상]연쇄살인마 집에 피신한 도둑들, 그 결말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소설은 주인에 조종당하던 꼭두각시가 현실을 깨닫고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던 한 여인의 고백을 그리고 있다. 마리오네트는 르네상스 때부터 시작된 인형극인데, 인형의 관절마다 실로 매달아 조작하기에 주체적으로는 움직일 수 없고 무대 상부에 있는 주인의 조작으로 움직이게 되는 인형극이기 때문이다.
수의사인 상드라는 한적한 시골 농가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도 모른 채 태어나 엄마마저 잃게 되자 외삼촌 슬하에서 자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주던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삼촌의 애인처럼, 삼촌의 로봇처럼 무조건 삼촌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른바 스톡홀름증후군에 시달리면서 연쇄살인마 삼촌과 함께 살아간다. 삼촌에 의해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잔혹하고 가학적이고, 야만적인 운명공동체를 끊게 되는 계기는 경찰에 쫓기다 숨으러 온 보석도둑 라파엘 일행을 만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15세 때부터 엄마를 도와 가장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라파엘은 가족을 위해 무장 강도의 길로 들어섰다. 보석상털이의 전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후 승승장구하던 라파엘은 최고급 보석상을 털다가 사랑하는 동생 윌리암의 총상으로 시골 농가로 피하게 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형 라파엘을 존경하며 자란 윌리암은 형과 함께 보석상을 털다가 총상을 입게 되고 연쇄살인마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용기와 의리를 보여주게 된다.
연쇄살인마의 집에 피신하고자 한 보석상 도둑들은 연쇄살인마를 알아갈수록 그의 조종당하는 상드라를 심리적으로 조종하고자 한다. 평생 살인마 삼촌 파트릭의 마수를 벗어날 생각조차 못한 상드라는 라파엘과 마주하면서 처음으로 이 미친 짓이 멈추기를 바라게 된다. 상드라는 보석 도둑 라파엘의 용기에 끌려 차츰 자신이 괴물임을 인식하게 되고, 살인마에게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게 되는데…….
라파엘과 윌리암 형제는 연쇄살인마에게 잡혀온 십대 소녀 제시카와 오렐리를 위해 용기를 내어 살인마에 저항하기도 한다.
보석상을 턴 4인조 무장 강도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난 곳이 하필이면 연쇄살인마 부부가 사는 시골 농가라니! 시골 농가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최고의 보석 강도와 희대의 연쇄살인마의 기막힌 만남이라는 설정은 분명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소아성애자인 연쇄살인마이기에 읽기 거북한 장면들이 다수 있어서 불편했던 소설이지만 그래도 용기 있는 자가 승리를 한다는 통쾌한 반전이 있기에 전율하며 읽은 소설이다.
저자는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인기 작가인 카린 지에벨이다. 이미 『너는 모른다 』, 『그림자』를 통해 그녀의 소설에 흥미를 느꼈던 터라 잔혹한 장면만 제외한다면 반갑게 읽은 책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페스티발 대상 수상작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짜릿한 긴장감이 소설 전체를 흐르기에 읽는 맛이 있다.
연쇄살인마, 소아성애자, 아이들을 버리고 가는 무책임한 부모, 도둑들, 조종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 등 사회의 비주류가 주류사회에 던지는 생존본능 같은 메시지다. 어린 시절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부모의 불안정함이 평생 동안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