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 곡 - 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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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 곡/김동률/RHK]추억의 대중가요 20,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고

 

 

음악 칼럼니스트 김동률의 가요에 얽힌 이야기를 이토록 풀어낸 에세이라니, 이름만 알던 이의 음악칼럼을 접해서 영광이다. 이 책은 지난 수년간 <신동아>에 게재했던 음악 칼럼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추억의 노래 속 장소나 인물을 찾아 사진도 찍고 감상도 남기는 에세이다. 누구에게는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킬 노래, 누군가에겐 역사 곳 한 자락을 만나는 기분이 들 노래다.

 

 

처음에 나오는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는 사랑과 그리움이다. <광화문 연가>는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청춘들이 북적이던 중심지를 걸으며 이젠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약간은 쇠락한 느낌의 옛 중심가 광화문의 노쇠한 흔적을 더듬는 노래다.

 

서울에 살지 않았어도 경복궁과 덕수궁, 경희궁이 있는 광화문 지역은 조선 시대 이래로 나라의 중심지였고 한양의 중심지였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광화문 네거리 주변은 기성세대들의 학창시절엔 명문고가 자리 잡았던 지역이다. 북촌 인근의 경기고, 경희궁터의 서울고, 헌법재판소 자리에 있던 창덕여고, 창성동의 진명여고, 수송동의 숙명여고, 정동의 이화여고, 배재고, 경기여고 등이 광화문 네거리를 둘러싼 모습이었다. 개발바람으로 대부분 이전했지만, 지금도 경복고, 중앙고는 남아 있다고 하니, 추억을 고이 간직한 학교들이다. 명문고 학생들을 위한 학원이나 서점, 고고장, 나이트클럽, 음악감상실, 분식집, 빵집 등이 종로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더구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MBC 사옥을 만날 수 있고, 인기 연예인도 간간이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장소라고 한다.

 

그 시절, 그 지역의 학교를 다니고 청춘을 보낸 이라면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노래다. 정동교회 맞은편엔 <광화문 연가>를 지은 이영훈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광화문 연가>는 젊은 날을 회상하며 정동길을 걷고, 과거를 추억하며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흥얼흥얼 거리야 제 맛이 나는 노래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꾸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둘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박태준 곡, 최순애 사 <오빠생각> 전문(44~45)

 

박태준의 <오빠 생각>12살 소녀 최순애가 일본 형사들에게 쫓기는 오빠를 그리워하며 적은 동시다. 그 동시를 통해 이원수와 결혼을 하게 되고, 대구 계성중학교 문예교사로 있던 박태준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박태준과 최순애는 살아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지만 어린이 잡지에 실린 <동무생각>에 매료된 박태준은 하룻밤 사이에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수원 과수원집 소녀의 소식도 없는 오빠를 그리는 동심을 통해 일제강점기 청춘들의 위태로웠던 삶을 알 수 있기에 더욱 구슬픈 동요다.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정지용의 <향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송창식의 <고래사냥>, 김민기의 <아침이슬>,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김현식의 <골목길>, 김광식의 <세노야>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모두 20곡의 대중가요에 대한 음악칼럼이다. 세월 따라 사람도 가고 흔적도 일부 사라졌지만 노래는 남고 추억은 남은 이야기다. 기억 속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역사 같아서 비장미가 흐르는 에세이다.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지만 추억이 있고 흔적이 남아 있다면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슬픈 역사의 중심에서 부르던 노래들이 많아서 요즘 노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기억 속으로 떠나는 반쪽짜리 시간여행이지만 그때 그 친구들을 그리며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씁쓸한 행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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