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프런티어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스티븐 존슨/프런티어] 세상을 바꾼 6가지 혁신!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한 이래로 발전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다 준 발견이나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의 발전은 무척이나 느리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현대문명의 발달을 가능케 한 혁신이 어디 한둘 일까?

 

책 속에서 저자는 세상을 바꾼 특별한 6가지 혁신에 대해 그 탁월한 아이디어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늘 일상 속에서 접하지만 잘 몰랐던 혁신의 방대하고도 깊은 이야기에 더운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처음에 나오는 유리이야기는 잘 몰랐던 이야기이기에 인상적이다.

매일 아침 유리창을 통해 비추는 햇살에 깨어난다. 간밤의 답답한 공기를 바꾸려고 창문을 연다. 식탁 위의 유리, 냉장고 안의 유리, 유리 컵, 거울, 안경, 스마트폰 등 일상의 시작과 동시에 유리와 함께 시작하는 일상임을 확인하게 된다. 심지어 유리로 된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로 사진을 찍고,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회로판에 그 사진을 저장한다. 섬유 케이블을 통해 그 사진을 보내면 유리로 만들어진 화면으로 그 사진을 본다. 모두 투명 유리를 있게 한 이산화규소의 힘이자 무라노 섬 유리 제조인들의 덕분이다.

 

고대 유물인 풍뎅이 모양의 유리 장식, 반투명한 보석, 유리병, 유리잔 등은 모두 반투명 유리다. 그런 반투명에서 시작한 유리가 투명성을 확보하고 해초에서 얻은 잿가루가 스마트폰으로 변신하기까지 이산화규소의 여정을 통해 인간 노력의 승리를 본다. 액체 상태의 물은 온도가 섭씨 0도 이하가 되면 얼음 결정을 만들었다가 다시 온도가 오르면 원상회복되지만 이산화규소는 결정체가 되면 원상복구 되지 않고 고체와 액체사이의 새로운 물질이 된다니, 자연의 오묘한 신비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현대 유리의 탄생과 그 중요성은 어느 정도일까?

1204년 중세의 중심지인 콘스탄티노플의 몰락으로 이루어진 약탈은 유리제조인들을 터키에서 아드리아해 베네치아 근처 무라노 섬으로 이주하게 했다. 터키인들이 무라노 섬으로 이주해서 유리공예의 꽃을 피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니, 감동이다. 무라노 섬의 유리 제조가 인젤로 바로비에는 부단한 화학실험 끝에 산화칼륨과 망간이 풍부한 해초를 태워 유리에 첨가함로써 투명한 유리 크리스탈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20세기가 되어서야 반투명 유리가 투명해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투명 유리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발견 이야기다. 저자는 인쇄기가 발명된 뒤에 일어나 유리와 안경의 발달은 현대사에서 보급되고 벌새효과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책을 보려는 이들의 시력이 나빠 원시 렌즈를 만들고, 그렇게 인쇄기 발명으로 저렴한 책의 보급은 많은 원시인들의 안경엔 대한 수요를 따라 안경 제조로 활발히 이어졌다. 책과 렌즈의 공진화는 현미경과 망원경 발달로 이어지게 되고......

 

19세기, 20세기의 대중매체에서의 렌즈의 역할은 영상 미디어로 인해 더욱 중요해졌다. 유리 기술이 고부가가치 기술로 여겨지면서 유리는 현대 산업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상 제작을 위한 카메라 렌즈의 제작, 유리에서 뽑아낸 신물질인 유리섬유의 활용, 유리섬유와 레이저의 결합으로 이뤄낸 광섬유, 최첨단 비행기의 재료로도 쓰이는 유리는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소중한 재료다.

 

거울자화상을 그린 알프레히트 뒤러,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반 고흐의 자화상도 유리 뒷면에 주석과 수은의 혼합물을 바른 시도를 했던 무라노 유리 제조인들이 만들어 낸 거울 덕분이었다니, 유리의 발전과 함께한 인간 기술자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고 대단해 보인다.

 

인간의 시력의 한계를 넘게 해준 렌즈, 이산화규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투명한 유리가 무라노 섬에서 시작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니, 놀라운 이야기다. 원리를 모른 채 발견된 유리가 자신의 투명성과 굴절 원리로 인류의 발전을 돕고 인간 삶을 편리하게 도운 이야기다. 주변에 흔하기에 무심코 생각했던 유리의 이야기, 원래부터 투명한 줄 알았던 유리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보니 유리와 관련된 역사, 과학, 예술까지 접하게 된다. 거울과 같은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화가가 자신을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서 자화상을 가능하게 했고, 거울을 통한 자아관찰의 시작, 원근법을 회화의 중요 기법으로 만들었고, 용광로를 이용해 이산화규소를 녹임으로써 투명한 유리를 얻은 것은 유리의 재발견이었다.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등 인류의 일상을 바꾼 것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 과학, 예술 등을 오가며 펼쳐진다.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서로 협력하며 진화하는 공진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벌새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벌새 효과란 꽃의 꿀이 벌새의 해부학적 특징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다. 꽃과 벌새가 물리적으로 서로 협력하며 진화했다는 것이 공진화의 원리다.

 

 

유리가 선물한 현대 세계의 발전들이 이리 많을 줄 처음 알았다. 세상을 바꾼 6가지 혁신! 기대 이상의 방대한 이야기다. 이산화규소의 재가 유리로 만들어지고, 그런 유리가 거울로 변신하고, 거울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 이야기, 망원경으로 멀리 별자리까지 보게 했고, 현미경으로 미세한 세균을 보게 했던 유리,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군주의 방, 방마다 거울을 걸었던 부르주아적 취향의 방 등을 엿볼 수 있는 공진화가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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