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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ㅣ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죽은 하녀에게서 온 편지에 세상이 시끌시끌~
집사의 충성과 일에 대한 책임감을 다룬 영화 <남아있는 나날>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13세부터 알팔리페 가문에서 하녀로 시작해 일생을 하녀로 충성을 다해 살았던 여자 집사의 이야기니까.
소설은 1963년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기에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뜨겁고 인상적인 이야기다. 살아선 남을 위해 충성을 다한 하녀였지만 죽은 후에는 그들로부터 대접을 받는다는 반전의 이야기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리는 반전에 통쾌함과 후련함을 준다. 동시에 그녀와 엮인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호기심과 긴박감까지 준다.
어쨌든 알팔리페 가문의 하녀 멘눌라라는 죽은 뒤 편지를 남긴다. 편지엔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하면 반드시 보답을 남기겠다며 장례식, 비석에 새길 내용, 신문에 낼 부고 기사까지 정해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알팔리페 집안사람들은 고작 여자 집사였던 멘눌라라의 요구가 황당하지만 혹시나 유산을 물려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편지의 지시대로 따르게 된다. 하지만 부고의 일부를 삭제하고 싣게 되자 마피아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당헉스럽지만 이번에도 혹시나 멘눌라라가 남긴 재산을 물려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시키는 대로 따르게 된다.
아몬드를 줍는다는 뜻의 멘눌라라는 생전에 늘 남을 위한 삶을 살면서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 여자였다. 몸이 불편한 언니를 위해, 가난한 집안을 위해 어린시절부터 일해야 했다. 또한 알팔리페 가족을 위해 온 몸과 마음으로 충성을 다한 그녀였다. 평생 일꾼으로, 충직한 시종으로 살았던 멘눌라라의 반전은 생전에도 있었다. 글자도 모르는 하녀에서 수완이 좋은 사업가로 둔갑했고 알랄리페 가문의 재산관리자가 되면서 파산위기의 가문을 구했다., 가문의 자식들이 귀족처럼 우아하게 살 발판까지 마련해주거나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줄 정도로 그녀의 사업 수완은 탁월한 것이었다.
그녀의 유서 앞에 모인 사람들의 여러 가지 행태들이 생전의 그녀를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죽은 후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녀 앞에 보이는 알팔리페 가문 자식들의 행태도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평소 미워했던 사위 마시모, 변호사 오라치오 알팔리페와의 사랑. 오라치오의 동생과 엮인 이야기 등 죽은 후의 편지가 주는 반전이 가득하다. 사후 편지 하나로 삶이 이토록 반전을 가져오다니.
죽은 후 유령으로 다가온 가정부, 재산관리인, 각자의 기억 속에 다르게 각인된 마녀,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까칠한 그녀, 성격이 까다로워서 사람들과 싸우기도 하고, 알팔리페 가문을 위해 헌신을 한 여자, 고집이 세고 사람들을 쉽게 용서하지 않고, 누군가의 애인이기도 했고,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
반전의 하녀다. 멘눌라라와 오라치오와의 관계, 오라치오의 동생과의 관계도 반전이다. 일생을 하녀로서의 삶에 만족했던 그녀가 죽은 후에 보내는 편지들에 알팔리페 가문의 재산 상속자들은 혼란스러워 하다가 그녀를 재평가하게 되는 것도 반전이다.
죽은 뒤에 알팔리페 가문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녀가 시중들었던 집안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특이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하나의 편지로 모든 사람이 연류된 이야기에서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구조다. 얽히고설키는 재미, 신분의 반전의 묘미 등 색다른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