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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평점 :
[그 깊은 떨림 Poem]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부모와 자녀를 위한 세계 명시 100
시가 내게로 왔다. 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부모와 자녀를 위한 세계 명시 100편이란다.
시는 뜨거운 열기를 뚫고 달려 와 차디찬 내 가슴을 두드린다. 냉가슴은 어느새 후끈한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시가 말을 건 것도 아닌데, 시가 부싯개 역할을 한 것도 아닌데, 한여름밤의 시 읽기는 뜨겁게, 눈을 촉촉이 적시고 만다. 구름 한 조각 띄운 냉커피 얼른 유리잔에 담아 후끈해진 열기를 날려보낸다. 그렇게 시가 그리웠나보다.
샘물은 강물과 섞이고
강물은 바닷물과 섞인다.
하늘의 바람은 영원히
달콤한 감정과 하나가 된다.
세상의 어떤 것도 혼자이지 않아
신의 섭리에 따라 만물이
서로 어우러지는데
내가 그대와 어우러지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보라, 산이 하늘이 입맞추고
파도거 서로 껴안은 모습을.
누이가 오라비를 업신여긴다면
어떤 누이라도 용서받지 못하리라. -퍼시 비시 셸리 <사랑의 철학> 일부 (28쪽)
사물이 서로 섞이고, 인간이 서로 결합하고, 만물이 서로 만나는 게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그러니 전쟁보단 평화가, 미움보다 사랑이, 증오보단 화해가 철학적으로 더 어울린단 말이겠지. 하지만 지구 위에선 아직도 전쟁을 하고, 서로 미워하고, 끊임없이 증오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은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걸까? 유토피아는 멀고 먼 환상의 세계일까? 모든 인간과 인간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모든 자연과 인간이 서로 껴안은 모습을 보고 싶다. 행동하는 사랑의 철학을 실천하는 지구가 되었으면 싶다.
지금까지 잃은 것과 얻은 것
지금까지 놓친 것과 이루어낸 것을
이제 와서 견주어보니
자랑할 것이 없구나.
얼마나 많은 세월을 하릴없이 보냈는지
좋은 의도가 화살처럼
과녁에 미치지 못하거나 빗나갔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하지만 누가 감히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이런 식으로 가늠하랴.
패배는 승리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르잖는가.
썰물이 끝나면 밀물의 차례가 되듯이.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 <잃은 것과 얻은 것> 전문 (149쪽)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가 어디 하나일까? 숱한 실패 속에서 성공을 일궈내기에 실패는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이자 거름일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일방적인 손해나 실패, 상실이 없듯이 일방적인 이익이나 성공, 획득도 없는 세상이다. 이 얼마나 공평한가? 태양이 오면 바람이 오고, 바람이 지나면 구름이 오고, 구름이 오면 비가 오고, 비가 오면 무지개가 오고, 무지개가 오면 다시 태양이 오고, 그렇게 매사가 돌고 도는 법이다.
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부모와 자녀를 위한 세계 명시 100 편이다. 하얀 속살을 헤집고 시 한수를 음미하며 즐긴다. 혼자 즐겨도 좋고 여럿이 공유해도 좋을 시편이다. 사랑, 우정, 가족, 용기와 꿈, 삶, 희망, 기쁨를 주제로 담은 시들이 마치 달콤한 케이크의 데코레이션 같다. 행복한 삶을 위한 디스플레이이자 충전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