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비포 아이 고/아르테]남편의 새 아내를 찾아줄래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살고 싶다던 시인도 있고, 마지막까지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철학자도 있다. 하지만 죽음을 앞 둔 6개월 전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뭘 할 수 있을까? 자신을 위해 살까? 아니면 남을 위해 살까? 감히 짐작조차 못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는 물욕에 초연해지거나 이타적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홀가분하게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살지 않을까? 아니면 못 다한 버킷리스트를 채우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삶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을 테니까.

 

 

그래도 온 몸에 암이 퍼진 아내가 남은 4~6개월 동안 세상에 남겨질 남편을 위해 선물을 주고자 계획하다니, 말이 되는가? 그것도 남편에게 맞는 새 아내를 찾아나서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살아 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는 법인데......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라니......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둔 여자 데이지는 서른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온 몸에 암이 전이된 상태다. 23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거의 완치되었다고 믿었는데 다시 재발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편 잭을 위해 살기로 한다. 생명이 남은 기간 동안 해야 할 목록을 만들고, 잭에게 알려야 할 것을 적다가 매사에 덤벙대거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새 아내를 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남편의 새 아내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남편의 새로운 여자를 찾다가 그 여자로 인해 질투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수의사인 남편과 다친 말을 고치러 패멀라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 질투하거나 남편을 웃게 하는 패멀라를 보면서 분노를 느낀 것이다.

 

 

자신이 죽은 후 남편이 혼자가 아니기를 바라며 스스로 찾았던 신붓감이지만 막상 계획한 대로 남편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나타낸다면 누구나 질투, 분노, 불신을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며 데이지의 계획을 듣는 순간, 제 정신일까 싶었다. 세상에 남겨 질 남편을 위해 새 신붓감을 찾아 나서다니, 아무리 죽음을 앞에 둔 아내지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먹먹한 가슴을 안고 마지막 순간을 사는 주인공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감히 짐작 못하지만 삶의 끝 언저리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는 데이지의 마음이 느껴져 뭉클하기도 했다. 각자 삶의 방식은 다르고 특수한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망각 속에 추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사랑의 여운은 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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