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런던 이야기 - 천 가지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도시
미셸 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런던 이야기/미셸 리/추수밭] 천 가지 역사로 풀어 낸 런던 이야기, 재밌네.
영국하면 런던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영국하면 타워브리지, 웨스트민스트, 런던탑, 빅벤, 빨간 버스 등 대부분 런던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런던 이야기!
제목에서부터 끌렸던 책이다. 재미와 유익, 방대함과 깊이에 매번 놀라며 읽은 책이다. 코끼리를 타고 온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세운 브리타니아로 시작하는 런던 이야기가 이리도 방대하고 깊이 있고 재미있을 줄이야. 대영제국의 수도로서의 런던이기에 할 이야기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600쪽에 이를 정도의 푸짐한 런던 이야기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에 온 듯하다.
온몸에 문신을 한 원주민이 사는 영국을 정복한 클라우디우스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코끼리를 타고서 영국의 중남부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런던이 영국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은 로마제국의 영국 정복 7년 후였다고 한다. 런던이 중심지로 부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흥미롭다. 런던이 영국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템즈 강이 런던에서 얕고 좁아져 다리를 놓기가 수월했고, 조수가 커 큰 배들이 들어올 수 있어서 교통의 요지가 될 수 있었고, 강가의 분지가 높아져 타 지역과 연결하는 도로건설이 용이했다는 것이다.
소택지라는 의미의 린들에서 라틴어 론디니움(더 시티 오브 런던)으로 바뀌고, 런던 월을 축조해 외부 침략을 막으려고 하고, 더 시티 오브 런던이 커지면서 그레이트 런던이 되고, 색슨 족의 끈질긴 침략으로 런던인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런던을 포기하는 호노리우스 황제, 그런 상처가 깊었는지 아직도 유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소소한 사건사고들, 뒷담화 같은 일화들이 맛깔스런 표현으로 재미를 준다.
이케니 부족의 지도자인 부다카의 로마에 대한 반란이 대단하다. 부다카의 반란은 비록 실패했지만 로마에 대한 저항정신을 보여주었기에 영국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막강한 무기와 거대 군대를 거느린 로마에 대항하여 이세니 부족의 존재감과 지도력을 알린 계기였기에 로마인들의 입장에서는 영국인들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한 계기였을 것이다. 오, 이런!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에 있는 부디카 동상이 새삼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댄다.
13세기에 시작된 보로마켓이 품질관리 위원회에 의해 맛, 출처, 품질 검사를 수시로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이야기에선 전통 시장을 운영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었다. 동물 이름은 영어지만 요리된 고기는 프랑스어인 경우가 노르만 정복으로 300여 년 간 프랑스어가 지배계급의 언어가 되고, 영어는 천한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무시했기에 일어난 현상이라니, 역시 언어는 역사의 산물이다.
참회왕 에드워드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재건기, 먼 친척이었던 참회왕의 뒤를 이은 정복왕 윌리엄의 노르만 정복, 십자군 원정과 프랑스 영토 확장에만 관삼이 있었고 심지어 영국을 팔아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사자심왕 리처드, 대영제국 시대의 이야기, 식민지 건설 등 세계사 시간에 만났던 이야기도 있고, 소소한 잡담 같은 뒷담화도 있다.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지만 하여튼 대단한 내용이다.
처음부터 끌렸던 책인데, 책을 펼치니 기대 이상이다. 런던의 시작과 번영의 역사를 이토록 감칠 맛도록 맛있게 엮었을 줄이야. 톡톡 튀는 문장에 웃다가, 잘 몰랐던 문화와 풍습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단편적인 지식에 밑줄 쫙 긋게 되는 책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친 후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 대학을 나와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는 미셸 리가 펼치는 천 가지 역사로 풀어 낸 런던 이야기다. 거참,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