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37호 2015.여름 - 하얼빈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ASIA 37 하얼빈]하얼빈의 역사와 문학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책~~

 

 

하얼빈은 쑹화강, 흑룡강성, 빙설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곳, 독립운동가의 활동지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런 하얼빈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계간지라니, 이색적이고 알찬 잡지다.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예술, 사회를 읽어내고 세계인과 그 가치를 공유하려는 열린 매체를 지향하는 계간 ASIA는 아시아의 한 지역만 집중 분석하는 문학잡지다.

 

 

책에서는 하얼빈의 역사와 정치적 의의, 하얼빈과 관련된 문학과 문인들, 하얼빈의 유적과 유물, 소설, , 서평 등 하얼빈에 대한 총체적인 역사와 문화, 문학이 담겨 있기에 설레며 읽게 된다. 더구나 대부분의 글이 한글과 영어, 두 개의 언어로 동시에 되어 있기에 영어로 읽어도 좋고 한국어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일단 하얼빈의 유래와 역사가 가장 마음을 끈다.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의 하얼빈은 부여, 고구려, 발해의 흔적이 있다. 원래 하얼빈은 쑹화강 연변의 몇 가구 살지 않던 평원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하얼빈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계기는 제정러시아가 하얼빈을 동청철도 기지로 삼으면서 부터다.

 

 

하얼빈의 원주민인 여진족인데 역사 속에서 야인, 숙신, 읍루, 말갈 등으로 불리던 변방 민족이었다. 여진족은 1125년에 아골타에 의해 금나라가 세워지고, 1616년에 건주여진의 추장 누르하치에 의해 선양에 후금이 세워졌다가 1636년 국호를 청나라로 바꾸면서 중국을 다스리게 된 민족이다. 임진왜란이후 명나라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세력 확장을 한 여진족이 청을 세우고 대륙을 통치하게 된다. 청의 말기엔 자강운동을 펼치면서 개혁을 추진하지만 일본에게 패하게 된다. 금과 철 등 자원이 풍부한 만주를 장악하려는 러시아와 일본을 이기고자 했던 청의 결탁은 중·러군사동맹으로 이어지고, 만주를 관통하는 동청철도(하얼빈에서 베를린까지 연결)를 건설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하얼빈은 제정 러시아가 극동진출과 자원약탈을 위해 동양의 모스크바로 개발된 계획도시였던 것이다.

  

하얼빈은 1898년 철도 기공식이 거행된 이후, 러시아의 만주 지배를 위한 거점도시로 자리했다. 1903년 중동철도가 모두 개통된 시기를 전후하여 철도부속지가 확대되면서 러시아인,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이 몰렸고 세계 제국주의자들의 각축전이 된 장소다. 한적하고 조용한 작은 마을이 지금 흑룡강성의 성도가 된 배경에는 러시아의 극동지역으로의 진출, 청의 정권 유지를 위한 탐욕, 세계열강들의 이기심이 있었다니, 하얼빈의 성장에서 역사의 가르침을 본다.

 

중국 작가 류전윈의 말 한 마디 때문에1편에 대한 문학평론가 정은경의 서평도 인상적이다. 2편을 읽었기에 1편이 궁금했던 때에 만나니, 1편마저 읽고 싶어진다.

 

 

모테른호텔

3층방에 짐을 풀었다

저 옛날 키타이스카야 중국인 거리

이곳 창밖으로

고향이 함경북도 나진 주종연이 그리워한

만추리, 중국-러시아 국경이 보인다

딸을 사랑한 지를 짓고 바이칼 호수로 떠난 남자,

쓸쓸히 세상 떠난 오두막집 보인다

멀리 페테르부르크가 보이고

베를린이 보인다

하얼빈은 늘 창이었다

(이하 생략)

-방민호 <하얼빈> 일부 (200)

 

소설 하얼빈을 쓴 이효석이 러시아 여인을 사랑한 곳도 하얼빈이던가. 북쪽 대륙을 달려 베를린까지 이어진 동청철도가 바꿔 놓은 하얼빈이기에 이러한 시도 예사롭지 않다. 삶을 바꾸는 순간이 있듯이 마을이 바뀌는 역사적 순간을 체험한 도시 하얼빈이기에 말이다.

 

그동안 무슨 재미로 소설을 써 왔던가. 변덕부리는 재미가 아니었다면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써 봐야지, 다음에는 저렇게 써 봐야지. 끝없이 소설을 쓰도록 유혹했던 게 있다면 그것이었을 것이다. 변덕의 심보 혹은 심술. (131)

 

소설가 구효서의 나는 어떻게 쓰는가-엉망으로 쓴다를 읽으며 소설가의 변덕이나 심보는 글에 대한 것이기에 되레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변덕에 변덕을 부리며 다양한 인생을 보여주는 것은 소설가들의 특권일 것이다, 재미로 읽는 소설도 필요하고, 의미와 감동으로 읽는 소설도 필요하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소설도 필요하고, 더위나 추위를 이기기 위한 소설도 필요하기에 소설가의 변심은 무죄일 것이다.

 

책에서는 시진핑의 2015년 보아보포럼 기조연설, 전시 성노예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의 전문도 있고, 심상형의 <차이나 리밸런싱은 진행 중>, ASIA의 소설, 아시아 통신 등도 있어서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 문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테마가 하얼빈이기에 하얼빈의 역사와 문학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책이다.

 

늘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장소로 기억되기에 하얼빈은 비통함과 장렬함을 동시에 가지게 했던 곳이다. 그런 하얼빈에 대한 문학과 역사 여행이었기에 설레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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