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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황금방울새/도나 타트]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황금방울새의 운명은…….
황금방울새. 완독률 98.5%라는 문구에 처음엔 살짝 거부감이 든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생소한 작가인 그녀가 왜 천재작가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었던 책이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다운 책이다. 명화를 매개체로 엄마와 아빠를 잃은 아이의 불안과 우울, 방황, 성장을 그렸기에 책을 읽는 내내 어깨를 짓누르는 슬픔과 고통에 가슴 먹먹했던 책이다.
‘황금방울새’를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천재 화가인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화약고 폭발 사고로 사망한 사실과 그 ‘황금방울새’를 좋아하는 엄마가 미술관 테러로 목숨을 잃는다는 설정이 마치 평행이론 같다. 1600년 경 네덜란드의 비극이었던 델프트 화재에서 살아남은 그림이 이번 폭탄 테러 중에도 시오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설정이 평행이론 같다.
주인공 시오는 이유도 모르고 정학을 받은 처지인데다 아빠가 도망가 버린 상태고 광고 회사에 다니며 미술 관람을 즐기던 엄마마저 폭탄 테러로 잃게 된다. 시오는 엄마와 함께 뉴욕 5번가를 걷다가 갑작스런 폭우를 피해 얼떨결에 미술관에 들어가게 된다. 미술관에서 북유럽 황금기의 명작들을 감상하는 중에 시오는 노인과 함께 온 빨간 머리 소녀에 끌리게 되면서 엄마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미술관은 폭탄 테러로 인해 폐허가 된다. 잔해더미 속의 노인은 어머니를 잃은 시오에게 그리스문자와 신화가 음각된 자신의 반지까지 주면서 명화 ‘황금방울새’를 가져가라고 한다. 무심코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을 손에 넣은 시오는 엄마를 찾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평범하고 창백한 배경의 홰에 묶인 사슬을 발목에 찬 노란색 방울새 그림은 렘브란트의 제자이자 페이메이르의 스승인 파브리티우스의 그림인데, 전시회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작은 그림이었다. 어쨌든 ‘황금방울새’는 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어머니를 잃고 홀로 현장을 빠져나온 시오는 이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이집 저집 떠돌게 된다. 처음엔 친구 앤디의 집에 맡겨졌다가 엄마의 죽음을 알고 찾아온 아빠를 따라가게 된다. 아빠의 죽음 이후엔 늘 든든하게 지켜주던 호비 아저씨와 함께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음 둘 데 없는 시오는 왠지모를 불안과 우울, 공포, 슬픔을 갖게 된다.
미술관에서 본 노인이 마지막에 외친 말을 기억한 시오는 호바트와 블랙웰을 찾아가게 되고, 호바트 아저씨의 집에서 미술관에서 보았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거나 마찬가지인 빨강머리 소녀 피파를 만나게 된다. 시오는 피파에 대한 연민과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노인의 가게 뒤의 가게에 들어가 호비 아저씨로부터 일을 배우기도 하고, 호비 아저씨의 관심과 따뜻한 배려만으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신문에서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작품인 <황금방울새>가 소실되었다는 기사가 뜨고, 그림을 돌려 줄 기회를 놓친 소년은 이젠 그림이 평생 자신이 지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되고,
경찰은 사라진 미술관 그림들을 속속들이 찾게 되면서 ‘황금방울새’마저 주목받게 되고, 그런 뉴스를 보며 시오는 불안하기만 하다.
15세 소년에게 엄마가 좋아했던 그림은 그 존재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황금방울새’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부모를 모두 잃은 시오의 아픔을 통해 운명을 지배하는 힘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부모의 죽음으로 불안과 우울 감을 느끼지만 사랑했던 엄마와의 연결 고리인 그림을 통해 든든함을 보며 사물의 힘을 깨치게 된다. 너무 많은 일을 겪은 사춘기 소년에겐 피파 같은 동류감을 느낄 친구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이다. 일상을 사로잡는 공포와 우울은 떠날 줄 모르다가 성장하면서 점점 부모와 닮음점에 든든해하는 모습에서 닮은 꼴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다.
두 번의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황금방울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시오와 피파, 시오와 호비트 아저씨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그럼 의문을 가지고 읽다가 보니 완독하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