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 탐 철학 소설 20
염명훈 지음 / 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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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염명훈/] 명작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역사책에서 단 몇 줄로 만났던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을 소설로 만나다니, 감개무량하다. 13세기에 살았던 고려의 승려 일연을 21세기에 새롭게 만난 느낌이다. 몽고가 세계를 휩쓸던 13세기는 기마전을 내세운 몽고의 속공과 그들의 잔혹한 침략에 고려 역시 그 피해를 비껴갈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문신들의 차별과 향락에 못 견딘 무신들의 반란으로 이룩된 무신정권의 시대였고 칼바람이 불던 정치 군인의 시대였으니, 일반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의욕과 사기는 땅에 떨어졌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백성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고심했던 일연 스님. 직접 현장 답사를 하고 책을 통해 고증을 거친 후 삶의 마지막 시간을 삼국유사저술에 바친 이야기를 읽으니 일연 스님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1289)은 몽골 침입, 무신 정권의 횡포, 삼별초 반란 등 풍전등화의 시기를 견뎌낸 고려의 국사다. 그는 경상북도 경산 지역에서 태어나 9살에 광주 부근의 무량사에서 공부했고, 14살에 설악산 기슭 진전사에서 일연 스님이 되었고, 22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한 후 달성군 비슬산 보당암에서 참선을 했고, 31세에 보당암의 북쪽에서 깨달음을 얻고 큰 스님이 된 후 전국을 떠돌았다. 44세에 남해 정림사 주지로 대장경 제작을, 51세에 윤산의 길상암에서 중편조동오위를 쓰고, 운제산 오어사, 비슬산, 인흥사, 봉암사 등을 거쳐 마지막 순간엔 삼국유사저술한 군위 인각사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설로 만나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 이야기엔 무극 스님과 충렬왕의 실존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이야기 구성을 위해 만든 가상인물이다.

 

소설은 무관의 아들 생동이 삼별초의 난으로 부모를 잃게 되면서 노비의 자식인 든금과 함께 일연 스님을 따라 절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부모를 잃은 슬픔과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비밀을 간직한 생동과 노비의 자식이기에 받던 차별의 서글픔을 가진 든금에게 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일연 스님은 고대 삼국의 이야기, 그 시절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일연 스님은 노비의 삶도 주인의 삶과 같이 귀함을,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두 단군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같은 민족임을 일깨운다. 그러니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백성과 노비가 왕과 권세가들과 다르지 않은 귀한 존재임을 깨우치며 기운을 북돋운다.

 

단군의 건국신화, 신라의 박혁거세의 탄생,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만파식적,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된 연오랑 세오녀, 신라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 이야기, 황룡사 9층 목탑, 법국의 꿈을 키우던 영험한 땅의 이야기를 전하며 참담한 심정의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한다.

한편, 고려 충렬왕은 몽골 공주와 결혼하면서 치욕스런 충자를 쓴 최초의 왕이 되고, 일연을 국사로 두고 자문을 받기도 하지만, 몽고의 압제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술과 사냥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일연 스님은 몽고의 일본 정벌에 끌려갔다가 물귀신이 된 고려의 백성을 위로하고, 무극 스님은 일연스님의 말년을 지킨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비교되는 일연의 삼국유사의 내용은 정사가 아니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유롭게 쓴 역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단군의 건국신화, 고대 삼국의 건국 설화, 신라 향가, 숱한 이야기들이 백성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충정에서 시작한 저술이라고 하니,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전국을 떠돌며 듣고 모은 자료들, 책을 통한 고증을 거친 자료들을 마지막 힘을 모아 백성과 나라를 위해 썼다고 하니, 일연 스님의 뜨거운 충정이 느껴진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역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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