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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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고두현]잠깐의 마음필사가 긴 여운을 남기네~

 

 

좋은 시를 따라 쓰다 보면 시인의 정서를 느끼게 되고, 좋은 구절을 베껴 쓰다가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짐을 느낀다. 좋은 소설이든, 좋은 칼럼이든 필사를 하다보면 그저 정독할 때와는 다른 감흥을 갖게 된다. 아직 필사의 매력을 다 느끼진 못하지만 그래도 필사의 재미를 서서히 맛들이고 있는 중이다.

 

 

마음필사!

고두현 시인이 뽑은 마음필사에는 동서고금 명시와 좋은 문장들이 들어 있다.

모두가 좋아할 시인과 시, 문장일 것이다.

 

처음에 나온 정희성 시인의 <태백산행>을 필사했다.

 

 

 

 

구시렁 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정희성 <태백산행>일부 -24

 

 

어느 겨울날 태백산 눈꽃축제를 다녀온 적이 있기에 태백산은 내게도 하얀 추억이 있는 산이다. 시인이 산행에서 만났다던 70이 넘은 어른들의 생생한 모습이 시를 통해 전해진다. 노인과 고목의 비유에선 나이테만큼의 연륜도 전해진다. 대단한 분들이지 않나?

순간의 감정을 그저 스쳐지나지 않고 시로 남기다니. 역시 시인이란 이렇게 찰나의 장면과 일상을 시로써 남기는가.

 

 

윤동주의 <자화상>, 조지훈의 <백접>, 정지용의 <호수 1>도 있고, 정약용의 <혼자 웃다>, 박지원의 <연암에서 선형을 생각하다>, 정희성의 <태백산맥>, 정호승의 <햇살에게>, 도종환의 <벗 하나 있었으면>, 천상병의 <귀천>도 있다.

 

 

외국 시인으로는…….

푸시킨의 <너의 자유로운 혼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89>,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백거이의 <술잔을 돌며 2>, 조지 고든 바이런의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지명> 등도 있다.

 

필사를 하면서 느림의 여유와 한적한 평화를 즐기게 된다. 차 한잔의 여유처럼, 다과 한 상의 넉넉함처럼 그렇게 차와 다과를 놓고 작가와 대화하는 시간이 된다. 필사하는 순간엔 마음은 넉넉해지고 사색은 깊어지는 듯하다. 잠깐의 마음필사가 긴 여운을 남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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