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바르셀로나 섀도우]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흡혈귀 사건...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가? 정상궤도를 이탈한 인간성이 되돌아오기는 정녕 힘들까? 만약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다면 범죄를 벗어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가?

20세기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 살인마 사건이라니, 읽으면서도 인간의 잔혹성에 몸서리쳐진다. 더구나 아동 유괴, 성범죄, 연쇄살인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무엇이 짐승 같은 흡혈귀를 만들었나 싶어 괴로울 정도다. 악명 높은 여자 연쇄 살인범 엔리케타 마르티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현직 수사관이 쓴 소설이기에 마치 무시무시한 사건 파일을 보는 느낌이다.

 

 

모이세스 코르보는 동생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셜록 홈스와 오귀스트 뒤팽을 탐독하던 추리소설 애독자인데다 바르셀로나 사창가를 즐겨찾는 경위다.

 

어느 날, 매춘부의 아이들만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모이세스는 수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소문을 잠재우고 싶어 한다. 부패한 권력층과 매춘업과의 비밀스런 거래도 있지만 없어도 될 매춘부 아이들의 실종으로 괜스레 시끄럽게 하기 싫다는 상부의 의도가 있음을 안 모이세스는 동료인 후안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도의적 의무를 생각하며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거리엔 흡혈귀가 산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도시는 두려움에 떨고 있고, 세상은 피와 공포로 물들어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 같은 죽음의 그림자가 바르셀로나 거리를 메우게 된다. 그러다 범죄자의 성격이론인 체사레 롬브르소의 이론을 지지하는 의사 이삭을 알게 되고 바르셀로나 흡혈귀의 시체를 해부한다는 조건으로 이삭을 참여시킨다. 하지만 수사를 할수록 미궁에 빠진 모이세스는 중산층의 사내아이까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누가 왜 어린 아이들을 감쪽같이 유괴하는걸까?

 

비틀린 가치관을 지닌 사십 대 여자 엔리케타 마르티, 그녀의 노예인 사회낙오자들의 삶, 정신이상자의 가짜 의사놀음, 권력층과 매춘업계와의 거래, 탐정소설에 빠진 형사가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간담이 서늘해지는 전율을 느낀다.

 

이름 없는 이들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 장사를 하던 애꾸눈의 죽음, 천애 고아이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서툰 풋내기 고아 블랙마우스를 끌어들이는 엔리케타, 엔리케타에 중독된 남편과 동거남, 거리의 기타리스트 늙은 장님 레온 도미니크 등의 관계가 사슬 같은 고리로 이어지며 반전을 준다.

 

 

엔리케타와 관련된 남자들, 아이들에게서 생명과 순결을 얻고 싶은 여자의 기이한 범행, 범죄소설과 공포소설를 애독하는 형사의 정의감, 범죄자들의 골상학을 연구한다며 가짜 의사 행세하는 이삭의 숨은 의도를 파헤치는 건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저자인 마르크 파스토르는 범죄학과 범죄 정책을 공부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 형사 수사대 범죄현장 현직 수사관이다. 백 년 전,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흡혈귀 사건이라니, 공포와 괴기스러움에 섬뜩하다.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일까? 연쇄살인마의 기질이 유전적인 기질이거나 환경적인 기질이라면 가정과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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