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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불타는 반도]동학농민운동에서 의병활동으로 번져 간 항일운동 이야기~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한 나라의 역사는 지나간 선조들의 흔적이자, 조상들의 자취다. 또한 내 가족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과거를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지난 날을 돌아보고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함일 것이다.
사람이 살았다는 구석기 이래로 한반도의 역사는 외세 침입의 역사였다.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험난한 시대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기라고 생각한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민초들의 삶은 나날이 곤궁해지다가 20세기 들어서는 급기야 나라를 나라잃게 되고 일제의 수탈까지 겪었으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해방의 감격도 채 누리지 못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맛봤으니 얼마나 처절했을까. 그런 시대에도 억압받던 힘 없는 백성들은 저항했고, 자신과 가족, 나라를 지키려고 스스로 봉기를 일으켰던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으리라.
불타는 반도.
이 책은 임오군란과 동학농민 운동이 의병운동으로 번져 간 항일 투쟁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한반도의 민초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진 자발적인 저항의 기록이다. 이야기는 구식군대와 신식군대의 차별에 분노한 구식군대의 반란 이후 일본의 개입이 점점 노골화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순종 진돗개 진스칸의 맹활약이다.
이장식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활쏘기를 잘 해 병영 근무하게 된 조선군인이다. 신식군대인 별기군이 창설되면서 이전의 조선군인들은 군인 급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13개월 만에 1개월치 급료로 받은 쌀의 절반 이상이 모래임을 안 구식군인들은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된다. 일본군이 관리하던 신식군대 별기군과의 차별을 알고 있었던 장어영 소속의 조선군인들은 급기야 배급하던 선혜청에 쳐들어가게 된다. 구식군인들의 폭동에 힘입어 다시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구식군대와의 약속을 외면하게 된다. 임오군란으로 별기군 훈련도감인 일본인 등 12명이 죽게 되자 일본은 공관 방어를 구실로 군대를 파견하게 된다, 이후 주동자들의 체포와 죽음, 일본의 제물포조약 체결, 피해보상액 청구 등을 보며 이장식도 한양을 떠나 고향 고부에서 정직한 결과를 주는 농사에 몰두하기로 한다.
고부에 내려온 이장식은 진도에 사는 친구에게서 진돗개 진스칸을 받게 된다. 진스칸이 글을 알고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식은 남몰래 진스칸을 훈련시킨다. 한편 고부군수인 조병갑의 횡포로 형님을 잃은 장식은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군들과 함께 농민혁명에 참가하게 되고, 진스칸도 여려운 순간마다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차별과 수탈, 학정에 못이긴 민초들의 울분의 저항인 동학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자세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구식군인으로서 차별에 항거하는 이야기, 고부에서 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전봉준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일어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정부군과 일본군의 개입, 진돗개 진스칸의 활약, 농민군과 화약을 맺은 조정의 배신, 명성황후 시해, 농민군에서 의병으로 활동하는 과정, 이화학당 학생이 된 서희의 활약 등 1800년대에 일어났던 이 땅의 저항의 역사가 긴 대하소설로 그려져 있다.
힘 없고 무기력한 줄 알았던 민초들의 저항이기에, 무지하다고 생각했던 서민들의 짜임새 있는 봉기에 가슴 뜨겁게 읽은 이야기다.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 공부는 내 할아버지가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이자,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인에 대한 차별 중단을 외치고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을 외치던 전봉준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다. 갑질 사회에 대한 경고,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대해 전봉준의 외침이 생생히 전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