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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밝은세상]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엄숙한 스타일의 인도 고행자와 북유럽 스타일 이케아 가구의 조합이 이뤄내는 유머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여행길이 참된 고행길이 될 줄이야. 약간의 재미를 던질 거라는 생각으로 펼쳤다가, 웃기는 상황과 엉뚱한 이야기에 포복절도 하며 읽은 책이다. 재미있게 호호 거리다가 이내 묵직해지는 이야기에 전율도 이는 책이다. 이케아 옷장에 갇혀서 전 세계를 방랑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삶을 만나는 이야기다. 프랑스 작가인 로맹 퓌에르톨라의 데뷔작이 이 정도라니. 프랑스 문학 수업이 궁금해질 정도다.
인도 고행자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엔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꼬였다가 풀리는 숙명 같은 일의 연속이다.
인도에서 직업적 고행자인 파텔은 트릭을 이용해 밥벌이를 해온 가난한 고행자다. 그에겐 약간의 속임수를 사용하는 남다른 재주 덕분에 주술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구경꾼들을 홀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유럽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스테인레스 못으로 만든 이케아 침대를 자신의 트릭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빌린 실크 양복을 입은 그를 멍청한 부자로 오해한 택시 기사 귀스타브의 차에 오르면서 인연과 악연은 시작된다. 파텔은 위조지폐인 100유로를 들고 귀스타브가 모는 택시를 탄다. 그리고 100유로라는 요금을 줬다가 다시 교묘히 뺏게 된다. 인도 고행자가 무임승차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택시 기사 귀스타브의 끈질긴 추격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맺는 인연이 인상적이다.
어쨌든 프랑스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무사히 찾은 마텔은 자신이 찾는 스웨덴산 소나무로 만든 인도 고행자들을 위한 침대가 자신이 가진 100유로보다 비싼 것을 알고 부르주아적 프랑스 여성과 의도적인 접촉 사고를 유발해 배상을 받게 된다. 매력적인 그녀의 구애를 뒤로한 파텔은 이케아 매장에서 하룻밤을 지내려다가 니케아 관리자의 눈을 피해 숨는다는 것이 파란 철제 옷장에 갇히게 되면서 영국으로 가게 된다.
영국으로 가던 트럭에서 밀입국자들을 만나 그들의 호의에 감동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보다 힘겨운 환경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도 알게 된다. 영국에 도착해서는 밀입국자로 취급되어 스페인으로 추방되고,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 귀스타브를 피하려다 소피 모로소의 루이뷔동 트렁크에 숨게 된다. 덕분에 로마로 가게 된 파텔은 트렁크 속에서 셔츠에 소설을 쓰게 되면서 고행자가 아닌 작가로 살고 싶어한다. 로마에 도착한 파텔은 소피 모로소를 만나 그녀의 호의를 받게 된다. 최고의 호텔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의 옆방에서 자는 행운도 누리게 되고, 소피의 주선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서 고액의 선인세를 받게 된다. 하지만 돈이 든 트렁크로 인해 열기구까지 타게 되고, 바다에 추락하면서 구조된 이후엔 리비아까지 가게 되고....
고행자에서 밀입국자, 밀입국자에서 박해받는 천재적 작가로, 가난한 고행자에서 남을 돕는 자선가로, 토박이 인도인에서 세계 여행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웃길 줄이야. 예상치 못하는 만남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우연한 세계 여행으로 자신의 틀을 깬 남자의 이야기다. 인연을 숙명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남자의 이야기다. 얽히고설키는 인연들을 통해 다양한 삶에 대한 깨달음도 얻게 된다는 엉뚱하지만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목적도 불순하고 방법도 나쁘지만 인도를 떠나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를 거치는 여행길에서 진정한 고행자의 삶을 보게 된다.
밀입국자들에게서 얻은 음식, 이케아 매장에서 첫눈에 반하게 된 사랑, 소피 모로소의 친절한 우정, 남을 돕는 기쁨까지 누린다는 설정이 다소 황당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겐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다. 갈수록 예측불허의 상황이 닥치기에 다음 상황이 기대될 정도다. 2편이 나와도 좋을 이야기이기에 기대되는 책이다. 기상천외한데다 포복절도하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여행기다. 허풍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을 들어간 엘리스의 이야기 같은 기이함도 준다.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 작가가 실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나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신형 못 달린 침대를 구하러 온 인도 고행자라는 설정도 코미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끌려 호호 거리며 웃다가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보며 암울해지다가 묵직한 깨달음도 얻는 이야기다. 인도 고행자와 이케아 가구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토록 웃길 줄이야.
의도치 않게 세상을 떠돌며 좌충우돌하는 여행기가 최신 유행인가보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에서 시작해 셈법에 천재적인 까막눈이 여자, 이젠 인도 고행자라니.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