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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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알베르 까뮈/열린책들] 메르스와 페스트, 역병에 대처하는 자세가…….

 

 

이방인페스트로 널리 알려진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알베르 까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여고 시절 처음 접한 그의 소설들은 기고만장한 인간에게 역병 앞에 무력한 존재임을 일깨웠던 작품이다. 오늘 다시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며 까뮈의 매력적인 문장과 입체적인 인물들의 서사에 새삼 빨려들게 된다. 작금의 메르스 사태가 자꾸만 겹쳐져서 더욱 실감나게 읽었다고 할까?

 

 

페스트14세기 중엽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에 의해 옮겨지는 병이다. 사망률이 높고 전염력이 강해 법정전염병이자 검역전염병이다. 환자의 재채기나 기침, 배설물을 통해 전염되고 구토와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있다.

 

소설의 배경은 평화롭고 조용해서 무심할 정도였던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이다.

무던하던 오랑에 형벌 같은 재앙이 닥친다. 도시엔 죽은 쥐 한두 마리가 발견되더니 이내 쥐들로 꽉 차게 된다. 그러다 고열을 동반한 열병에 신음하던 이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전체가 병에 걸리고 만다. 사망자는 순식간에 늘어나고 병상이 모자라면서 급기야 당국은 페스트 발병을 공표하고 도시마저 폐쇄조치를 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의사 리유는 헌신적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임하고, 취재를 왔다가 오랑에 갇힌 신문 기자인 랑베르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다가 포기하게 된다.

페스트에 걸린 도시 오랑은 아픈 사람들 앞에서 신의 자비를 구하라는 예수회 신부 파늘루, 보건대를 결성하고 저항정신을 보여준 타루와 리유,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이기적이던 판사에서 자원봉사자로 변신한 오통 판사, 악인의 전형을 보여준 밀수꾼에다 언제나 이기적인 코타르 등을 보면서 마치 온갖 인간 군상이 모인 세상의 축소판 같다.

 

비현실적인 악몽 같은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인 당국,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페스트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던 관료들, 의사, 지식인,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 지금의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페스트가 번졌지만 페스트의 고통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단합하게 한 이야기다. 도시로 통하는 성문이 폐쇄된 이후의 모습은 마치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같다. 그래도 도시에 격리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보건대를 결성하는 모습 등은 인간성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자꾸만 오버랩 되는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며 역병 앞에 무너진 무기력한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부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 정신과 희망을 생각한다.

메르스와 페스트는 정녕 신이 내린 심판일까. 말세의 징조일까. 아니면 인간의 대오각성을 바라는 자연의 섭리일까. 페스트와 메르스라는 두 역병에 대처하는 소설 속 인간과 현실의 인간의 자세가 기묘할 정도로 비슷한 것 같다. 무지몽매, 무사안일, 무책임, 이기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과 봉사, 사랑이 있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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