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21세기형 오만과 편견버전 같아~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활약했던 영국 소설가다. 오만과 편견』『설득을 통해 만났던 제인 오스틴은 맛깔스런 시적인 수다에다 여성의 심리를 깊이 있게 잘 그려낸 멋진 작가였다. 그녀는 소설을 쓰는 셰익스피어라는 칭찬까지 듣는 작가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여성 독자가 가장 많은 작가가 아닐까?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도 제인 오스틴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다. 제인 오스틴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다.

 

 

이 책의 저자인 멜리사 젠슨은 14살에 선생님으로부터 오만과 편견을 받은 이후 소설 속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10대 시절부터 제인 오스틴에 빠졌던 그녀는 결국 첫 소설로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냈다. 오랫동안의 열망이 강렬해서일까? 소설 속에서는 오만과 편견식의 수다가 가득하다. 만약 제인 오스틴이 21세기에 환생해서 소설을 쓴다면, 21세기형 오만과 편견은 이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21세기형 오만과 편견은 저자인 멜리사 젠슨이 제인 오스틴에게 바치는 오마주 같다.

 

이 소설에서는 블로그를 좋아하는 21세기 미국 소녀 16살 캐서린의 블로그와 19세기 캐서린 퍼시벌의 일기장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21세기와 19세기를 대표하는 감성 충만한 두 캐서린의 블로그와 일기장의 대결에서는 빠른 시대와 느린 시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 두 나라의 문화와 관습의 차이, 시대적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200년의 차이가 있지만 멋진 영국 남자에 푹 빠진 두 소녀의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발랄하고 통통 튀는 귀여운 수다는 공통점이다. 10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사랑, 남자 친구, , 파티, 유명인, 외모 등에 대한 이야기도 200년을 사이에 두고 여전하게 이어진다. 영국 왕실, 박물관, 거리, 사교계, 연예계, 문화 등도 교차하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16살 미국 소녀 캐서린이 대영 박물관(BM)에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영국으로 갈 때는 10대 특유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몇 주 후에 영국을 떠난다는 사실 앞에서는 미련과 아쉬움을 보인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엄마가 건네 준 캐서린 퍼시벌 양의 일기에 시큰둥해 하다가 현재의 캐서린은 200년 전의 영국 역사 속 시간 여행을 하면서 과거의 캐서린과 영국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더구나 엄마는 퍼시벌의 후손인 윌까지 소개시켜주며 캐서린을 돕게 하는 센스까지 있다니. 현재의 캐서린은 월과 함께 캐서린의 일기장에서 언급된 10군데를 현장 답사하면서 윌과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윌의 방에서 본 캐서린의 초상화는 가장 압권인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느낌, 평행이론 같은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진 순간이었으니까.

 

200년 전의 캐서린이 베이커를 좋아하고 니콜라스와도 사귀고 칠햄 경의 구애를 받았듯, 21세기의 캐서린도 파티를 통해 남자 친구들을 사귀며 설레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더구나 런던을 안내하던 윌에게서 느끼던 설렘과 편안함, 사랑은 캐서린을 행복하게 하는데……. 과거나 현재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의 작대기가 늘 어긋나는 이야기,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같은 남녀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기에 소소한 웃음도 선사한다.

 

현재와 200년 전 과거가 교차되는 시간여행에선 제인 오스틴과 동시대를 산 인물들이 나와서 즐겁다. 영국이 자랑하는 화가인 윌리엄 터너, 시인 바이런,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 낭만파 시인 스코트 등이 나오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전쟁 등이 나온다. 십대답게 영국을 배경을 한 영화와 영국 연기파 배우들도 나온다.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시, 설레게 하는 연애편지, 영국식 수수께끼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둠이 내리는 하늘에 별들이 빛을 발하듯,

촛불이 빛의 성유를 흘리듯,

루비처럼 붉은 입술과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 아름다움이여, 사랑이여, 바로 당신이야. (31)

 

구름 한 점 없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걷는 그녀.

그녀의 모습과 눈 안에서

모든 어둠과 빛의 순수가 만나고......(55)

 

만약 19세기의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자기주장이 강한 독신녀의 인기 작가였기에 많은 이웃 신청을 받을 것이고, 공감과 좋아요를 누르는 이웃들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어쩌면 오만한 그녀의 글에 편견 가득한 남성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리지 않을까? 재산과 신분이 변변치 않지만 지적이고 당당한 여자와 매력적인 부자 남자의 결혼이라는 신데렐라 구조인 오만과 편견에 거부감을 표했던 19세기 남성 작가들처럼 말이다,

 

 

참신한 발상의 소설, 재치 있고 상큼한 소설이다. 21세기 미국소녀 캐서린의 블로그와 19세기 영국 소녀 캐서린의 일기장이 교차하는 평행 이론 같은 소설이다. 오만하지만 참신한 수다와 편견 가득하지만 통통 튀는 블로그 댓글을 읽는 재미를 선물하는 책이다. 마치 21세기형 오만과 편견버전 같다. 제인 오스틴에 대한 오마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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