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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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책이있는풍경]좋아하는 만큼 위로의 깊이가 달라지는 그림 한 점~

 

힐링이나 위로를 받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음악으로 위로를 받을 것이고 책을 좋아한다면 독서를 통해 위로를 받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으로 위로를 받을 것이고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림으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어느 분야든 자신이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위로의 깊이는 다를 것이다. 만약 어릴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온 이라면 그림이 주는 위로의 깊이는 남들과 다를 것이다. 만약 지금도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라면 그림에서 얻는 위로와 힐링은 남다른 차원일 것이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우지현의 그림에세이를 보면서 알면 알수록 달리 보이는 그림 세계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프랑스 여류 화가인 수잔 발라동의 그림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그녀의 이력을 알고부터는 그녀의 그림을 볼 때마다 더욱 애틋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버려진 인형>에서 단발머리의 소녀는 막 사춘기를 맞은 듯 반항적이다. 목욕 후 몸을 닦아주는 하녀의 시선을 거부하고 고개를 돌려 거울만 응시하고 있다. 침대 아래엔 소녀의 분신인 듯 똑같은 분홍빛 머리띠를 한 인형이 내팽겨져 있다. 몸은 성숙했으니 마음은 아직 아이에 머무르고 있는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반항과 일탈의 과정을 거치기에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어쩌면 수잔 발라동은 그런 투정이나 반항마저 부러웠을 것이다.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찢어진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커서도 양재사, 청소부, 세탁부, 공장 직공, 모델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지만 늘 가난했던 그녀였다. 그림 모델을 하면서 그림의 세계를 알게 된 그녀는 프랑스의 벽화가 퓌비 드 샤반의 모델,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툴루즈 로트레크, 에드가 드가 등의 그림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깨치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던 그녀에게 로트레크나 드가 등은 그녀를 돕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모습을 즐겨 그렸던 수잔 발라동의 그림은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진솔하고 당돌하다. 그녀는 출산 직후의 붓기 있는 자신의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고, 가난에 찌든 자신의 얼굴을 그리기도 했을 정도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그림을 즐겨 그렸다.

그녀의 모습은 루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 드가의 <목욕통>, 로트레크의 <수잔 발라동의 초상화>에서 예술로 만날 수 있다.

 

남다른 다른 출생과 성장이었지만 스스로 독학해서 당대 화가들로부터 인정받은 모델 출신이자 화가가 된 수잔 발라동.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서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이기에 그녀의 그림 속에서 그녀를 마주한 기분이다. 그녀의 삶과 그녀의 예술을 생각할수록 나도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어디 수잔 발라동의 그림뿐일까. 책 속에서 만나는 고흐의 그림, 샤걀의 추상화, 클림트의 현대적 감각의 그림, 모네의 빛의 일렁임이 느껴지는 그림 등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 속에서 나도 위로를 받게 된다. 저자의 일상과 예술가의 일상, 그림이 조우하는 이야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에세이다. 미처 몰랐던 다양한 화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본 것도 아니고 지금도 그림과 상관없지만 나에게도 그림은 힐링이 된다. 그림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림 감상이나 직접 그리는 것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알면 알수록 위로의 깊이가 달라지는 세계가 어디 그림뿐이랴마는 그래도 음악이나 그림이 주는 감성의 위로는 더욱 깊어 보인다. 나만 그런가.

 

좋아하는 만큼 위로의 깊이가 달라지는 그림 한 점을 보며 나도 그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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