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던 모든 것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박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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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던 모든 것]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비밀은 어디에~

 

책 표지에 3개의 여행 가방이 기차역에 덩그마니 놓여져 있다. 기차역 바닥에 물기가 흥건하다. 필시 떠나는 자의 가방인 양 무심하게 보인다. 어쩌면 가방 뒤쪽의 물기처럼 이별 하는 자의 슬픈 가방일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떠나야 비로소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치는 게 삶의 이치일까? 왜 우리는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떠난 후에야 더욱 애절하게 후회하는 걸까? 떠나면 그만인데……. 놓치고 나면 소용 없는데......

 

 

마법의 섬 카프리로 떠나서야 자신의 생에서 사랑이었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 다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한 그에게도 소중한 사랑들이 있었음을 여행을 통해 깨닫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 같아서 말이다.

 

소년 다니는 왜소증 가족인데다 부모의 불화, 친구들의 놀림에 괴로워하다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가출하려던 날, 다나의 부모는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다나는 형의 괴팤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다시 가출을 하게 된다. 혈혈단신인 채 세상을 떠돌다가 만난 여인마저 이별을 고하며 떠나 버린다. 때마침 실종된 아들을 찾아 달라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지중해 카프리 섬으로 가게 된다. 열 살 이상의 아이와 청소년 전문 실종 사건 조사하는 일을 하던 그는 카프리에 있는 아이를 찾아 달라는 일을 맡은 것이다. 카프리는 다나가 유년기와 청년기의 마지막을 보낸 추억의 장소다

 

다나의 인생에서 영향을 준 사람은 마르틴과 조지다. 다나는 10살 때 편도를 떼어 내려고 입원한 병원에서 아흔 살 노인 마르틴과 같은 병실을 쓰면서 친구가 된다. 다나는 가족이 없는 마르틴을 대신해 수술실 밖을 지키는 보호자 역할도 하게 된다. 그리고 폐 수술 후 죽어가던 마르틴에게서 그의 분신 같은 단안경에 달린 금속 등대를 받게 된다. 다나의 마르틴이 소중하게 여겼던 것처럼 등대를 자신의 재산으로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다나는 열세 살 쯤 카프리 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의족을 한 63살 조지를 만난다. 다나는 조지를 통해 샌드백을 치며 스트레스 푸는 법,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샌드백이 모든 분노를 흡수해버리고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주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그 두 사람에게는 모두 나로 하여금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들이 마치 내 세계의 일부인 것 같앗다. (88)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비밀은 어디에 있는 걸까? 늘 자신에게 전화해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안부의 말이라도 걸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나에게 작은 등대와 샌드백은 다나의 위안이 된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등대나 사람의 분노를 대신 삼켜주는 샌드백이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가치 있지 않나.

 

사랑은 내가 좋아했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음을 기억하는 것이고 항상 과거에 존재한다.

(77)

당신은 인생의 모든 면에서 행복해지고 싶지 않나요......? 당신은 당신이 원치 않는 것을 거부하고 싶지 않나요......? 남에게 끌려 다니며 살기보다는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나요......?(216-2!7)

 

충분하지 않은 사랑을 받거나 사랑 없이 살아 왔다고 생각한 다나는 자신에게도 사랑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유년기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 조지의 사랑, 어릴 때는 방황하면 어른이 되어 방황하지 않는다며 위로해 준 조지, 왜소증을 물려주고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부모의 사랑, 괴팍하지만 형의 사랑 등......

 

 

신비의 섬 카프리는 힐링의 섬인가 보다. 다소 추상적인 이야기와 철학적인 문제들이 무겁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한 소설이지만 사랑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 소설이다.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비밀은 멀리 있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법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는 카프리 섬,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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