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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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넬레 노이하우스 소설 중 가장 현실적인 스릴러~

 

 

여태껏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소설들의 공통점이라면 하나의 범죄 사건에 여러 개의 범죄가 얽히고설키면서 그 지역 사회 유지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7탄인 산 자와 죽은 자는 인간 관계망이 축소되어 있다. 장기 이식과 관련한 장기 이식 전문의와 환자들, 그 가족과 제약 회사 관계자 등 병원을 중심으로 일어나기에 좀 더 현실감이 있는 스토리다. 더구나 이번엔 치정관계가 없다는 점도 이전의 작품과 다른 점이다.

 

 

산 자와 죽은 자!

세상에는 죽음에 관여하는 직업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직업이 판사와 검사, 의사와 약사일 것이다. 아무리 법 규정이 있다고 해도 살려내야 할 자와 죽어 마땅한 자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법망이 허술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에게 돌아갈 텐데…….

소설은 장기 이식을 둘러싼 제약회사와 병원의 이기심과 독선, 의사와 변호사의 욕망과 허영 등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는 결혼 휴가로 갈라파고스로 떠나려는 찰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올리버 보덴슈타인 반장의 연락을 받는다. 베스트바흐 강 옆 공원에서 개와 산책하던 노부인이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육감이 좋은 키르히호프 형사와 잘 생기고 성실한 보덴슈타인 반장은 수사를 할수록 범인의 흔적은커녕 범죄의 방향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미궁에 빠지게 된다. 하나의 사건이 채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건 전담 팀은 프로파일러나 법의심리학자 등 외부의 도움을 받기에 이른다.

 

 

몇 번의 살인사건을 접하고서야 연쇄적인 살인의 패턴을 찾게 된 보덴슈타인 팀은 철저한 계획 하에 벌이는 명사수의 소행임을 알게 된다. 살인자 스나이퍼는 먼 거리에서도 정확히 명중시키는 명사수인데다 잇스트림 스포츠에도 능한 듯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만 계속할 뿐, 5명의 피해자가 나올 때까지 범인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다. 스나이퍼는 살인을 하고 나면 죽어야 할 이유를 밝히며 재판관이라고 쓴 부고장을 보내는 치밀함까지 갖췄는데도 말이다.

 

 

카롤리네 알브레히트는 어머니의 집에 들렀다가 어머니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명시한 부고장을 본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이자 장기이식 전문의인 루돌프 교수와 관련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아버지는 물론 연쇄 살인으로 죽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의 이유 없는 죽음의 진실에 아버지 루돌프 교수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의 딸인 헬렌 슈타틀러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살생부 노트의 실체를 접하게 되는데……. 헬렌의 살생부명단에 있는 9명의 사람들이 순서대로 죽임을 당했다니...... 모든 문제의 발단이 루돌프 교수가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심장을 막시밀리안 게르케에 이식하면서 불거진 것이라니......

 

 

노벨상을 노리며 행해지는 연구들,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시도되는 연구와 수술들, 치료를 위해 들어갔던 병원에서 장기적출을 강제 당하기도 하는 장기기부의 사례,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피해자들과 비리를 숨기려는 전문가들의 밀고 당기는 의료분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상당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뉴스에서도 가끔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장기 이식을 둘러싼 욕망과 허영에 가득찬 의사와 병원, 제약회사 간의 이익을 위한 분쟁. 사체에 어떠한 단서나 사건 현장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스나이퍼, 장기 마피아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모임,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주변의 무관심, 부주의, 욕심, 허영으로 인한 비극적 결말,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며 일어나는 일 등 모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흐르기에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야기다. 죽이고 싶은 사람의 가족들을 저격하는 방법으로 연쇄 살인을 하며 사적인 복수를 하는 살인마,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사적인 복수가 절대 정당할 수 없기에 섬뜩하고 오싹함에 냉기마저 느끼게 되는 스릴러다.

 

산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죽은 자는 원을 풀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빠짐없이. (본문 중에서)

 

 

잔인한 범죄 이야기이기에 범죄의 도시를 응징하는 기분도 들었다가 한편으로 현실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장기 이식과 관련된 소설을 처음 접하지만 현실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읽었다고 할까? 타우누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현실감이 있게 느껴져 그런 의사들이 없길 바라며 읽은 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복선을 읽고 단서를 잡은 뒤 형사의 촉과 탐정의 눈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과 긴박감에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며 읽는 짜릿한 속도감에 더위를 잊게된다. 오싹하면서도 섬뜩한 범죄 이야기에서는 서늘한 냉기마저 느끼게 된다. 이번 작품은 넬레 노이하우스 소설 중 가장 현실적인 스릴러이자 가장 잘 짜인 스릴러가 아닐까? 오싹하고 긴박한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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