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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세통 - Book으로 세상과 통하다
최형만 지음 / 베가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북세통]개그맨
최형만,
책으로
세상과 소통해.
개그맨 최형만의 글이라기에 일단 재미있겠다는 기대치가
있었다.
그리고 개그맨 선후배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결론은 ‘역시 개그맨의 글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개그맨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걸까?
모두들 열심히 노력해서 개그맨이 되었겠지만 개그
유전자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 세상과 통하고 싶다는 개그맨 최형만도 글
속에서 개그 본능을 여지없이 발휘하니 말이다.

개그맨 최형만은 도올 김용옥 교수 흉내를 잘 내는 개그맨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형만의 김용옥 교수 흉내를 보고 있으면 흉내어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사람의 외모와 말투,
강의 내용까지 어찌 그리도
닮았던지,
혹시 김용옥 교수의 부재시 강연 대타로 나가진
않을까 싶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가 책을 좋아하는
개그맨이라니,
역시 책을 읽은 연륜이 개그에 녹아난
거였구나.
책벌레라는 그가 개그보다는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나 보다.
그는 어떻게 독서에 빠지게
되었을까?
그는 IMF
사태 이후로 프로그램이 축소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즈음 가까이 지내던 개그맨 선배는 힘들다고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 역시도 힘든 시기였기에 두문불출하다가 구청
도서관에서 책읽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노총각 시절엔 여자의 심리를 알고
싶어 《고백록》을 주문했더니.
성 어거스틴의 신앙서적이 왔다고
한다.
그러다 방송에서 도올 김용옥 교수의 노자 강의를 보면서 자신의 캐릭터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김용옥 교수를 흉내내기 위해 한자도
익히고,
목소리도 흉내내고,
도올의 책을 사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후 신상훈 코미디 방송 작가의 전화 한 통으로
김용옥 교수 캐릭터를 흉내내는 방송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김용옥 교수의 흉내를 냈지만
한자를 써 가면서 재미있게 흉내 낸 차별화된 전략으로 그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원칙,
견고한 의식이 필요하다.
일의 양이나 돈 버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그 자신의 터전,
그만의 원칙과 의식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다.
(181쪽)
독서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구입한 책의 20%만 읽어도 성공이겠지.
읽은 책의 20%만 잘 소화해도 성공이겠지.
평생 책읽기 신 讀神이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책을 붙잡거나 도서관 나들이를
한다고 한다.
그에게 책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에게 책이란 더 이상 사기를 당하지 않게 도와주었고,
더 이상 사업에 실패하지 않게 힘을 주었다고
한다.
독서로 인해 개그맨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고 독서로
인해 결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독서는 생각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심점이 되어주었고 다시 개그맨이 될 수 있게 해 생활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독서에도 등급이 있다는데,
정보를 위한 독서,
취미를 위한 독서,
재미를 위한 독서,
고수를 위한 독서라고 한다.
모두 다 의미 있지 않을까?
독서는 평생의 취미이기에 필요에 따라 다른 독서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책 속에는 방송인 엄용수의 책이 가득한 집,
책을 통해 멋진 문장을 만나면 외워 버린다는
엄용수,
한 번의 방송을 위해 늘 연구하고 책을 보던 개그맨
김형곤,
함께 활동하던 개그맨들의 삶과 죽음
이야기,
자신의 인생이야기,
책을 통해 깨친 이야기 등이
있다.
저자의 바램대로 독서를 하는 개그맨이 많아져서
언젠가는 인문학으로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개그맨,
수학으로 인생 공식을 풀어줄
개그맨,
한국사를 유머 있게 강의하는 개그맨이 나왔으면
좋겠다.
역시 개그맨의 글은 술술 읽히고
재밌다.

평소엔 개그맨도 웃기는 재주 많은 개그맨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주눅이 드는
개그맨이었다니,
놀랍다.
그런 그가 책을 통해 삶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중심을 잡았다니,
멋진 이야기다.
유명세보다 유능세에 의지하고 있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