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의 숲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8
안보윤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마의 숲/안보윤/은행나무] 청소년 문제, 알마의 숲에서 해법을 찾기~

 

그랑 주떼, 선화, 마리의 사생활, 구의 증명등 은행나무출판사의 노벨라시리즈를 읽으면서 비록 300~400매 분량의 중편소설이지만 꽤나 묵직한 울림을 준다고 생각했다. 얇은 책이지만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시사 하는 바가 깊다고 할까. 이번엔 가정과 청소년 문제를 다룬 알마의 숲을 만났다.

 

 

가정과 청소년 문제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많은 소설에서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갈수록 청소년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많이 일어나고 있고 더 잔혹해지는 것 같다. 청소년 문제의 해법은 없는 걸까? 소설처럼 알마의 숲에 가서 알마를 만나고 올빼미 작가를 만난다면 해결 될까?

소설은 유명한 청소년 상담사의 14살 아들의 자살 시도로 시작한다. 소년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매듭묶기를 익혔고 자신의 부모에게 고통을 주기위한 방법으로 인적이 없는 숲으로 가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자살의 순간 허공에 있는 틈을 통해 숲 속의 통나무집으로 오게 된다. 노루라고 불리게 된 소년은 숲 속의 집에서 눈물을 흘리면 죽는 병에 걸린 알마와 알마의 삼촌, 하루 종일 계획적으로 움직이며 글쓰는 올빼미 작가와 함께 동거하게 된다.

 

일명 알마의 집이라는 숲 속의 집은 비밀스런 문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고, 상처와 허점투성이의 존재들만 들어오는 곳이다. 이상한 문을 통해 숲 속으로 넘어오는 존재들은 몸통이 찌그러진 노란 오리, 도둑, 상처투성이의 어린 계집애, 고통 가득한 얼굴을 한 올빼미 등이다.

 

알마의 숲은 캡슐 같은 좁은 분지로 되어 있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문이 열려야 갈 수 있다.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소년은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승인지 저승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통나무 집 주변은 온통 눈밭이다. 하지만 춥지 않은 날씨, 녹지 않는 질긴 눈, 불에 타는 눈, 멍청하거나 상처받은 이들이 넘어오는 문의 존재 등 이전에 살던 곳과는 분명 다른 곳임을 알게 된다.

 

소년의 엄마는 아들을 독립적으로 키우고자 했던 유명한 청소년 상담사였다. 하지만 소년의 상처와 고민을 들어주기 보단 자신의 교육철학을 밀고 나가는 엄마였다. 아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녹색벽지를 고집했지만 아들은 그런 녹색벽지가 무서워진다. 습관적으로 욕을 해대는 모욕증에다 투렌 증후군까지 앓게 된 아들을 대안학교로 보내지만 정작 아들과 속 깊은 대화를 꺼린 엄마였다. 결국 엄마를 무너지게 하는 방법이 아들의 자살이라고 생각하게 된 소년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알마의 숲에 와서야 자신의 고민을 고백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공간, 좋은 교육이라도 당사자인 소년과 대화했더라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소년이 알마의 숲에서 터놓은 고민들을 가정에서 나눴더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까?

 

-이상한 병을 갖고 있는 건 너뿐이 아니야. 혼자 세상 다 살았단 듯 유난떨지 말라고. 정말이지 촌스러워 죽겠다니까. (92)

 

-후회 없는 삶이 있을까?

-네가 뭘 선택하든 후회는 반드시 따라붙어. 발 빠른 놈이거든. 차라리 그놈이란 정면으로 맞닥뜨려. 실컷 후회하고 속 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거다. (132)

 

-넌 아직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지.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136)

 

알마의 숲에서 알마, 삼촌, 올빼미 작가, 소년이 나누는 대화에서 자신의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그 해법을 찾게 된다.

 

온갖 정보가 여과 없이 제공되는 현실, 스마트한 디지털에 빠르게 반응하는 청소년들, 대화나 소통보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만 있는 사회, 과도한 정보사회이기에 모든 사건사고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 청소년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유’, ‘과정은 없이 결과부터 접하는 정보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사건사고의 원인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사고가 전달된다. 가치관이 채 정립되기도 전인 사춘기 청소년들이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접했을 때의 황당함,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다시 새로운 슬픔이 시작되는 현실에 대한 기이함, 그런 충격에 점점 무덤덤져가는 사회를 보고 청소년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가정에서의 대화와 소통은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 모든 청소년 문제가 부모와 사회 탓이기만 할까?

 

청소년 문제에 대해 시대적 환경, 기성세대와 사회의 책임, 본인의 책임까지 묻는 소설이다. 비행청소년 문제는 모두에게 있음을 생각하자는 소설이다. 삶도 죽음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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