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소년을 찾아서
정선엽 지음 / 연지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빨간 머리 소년을 찾아서] 영감과 깨달음을 준 빨간 머리 소년은 어디에...

 

제목처럼 표지 그림이 빨간 머리 소년이었다면 어땠을까? 소설 속에 나오는 카페에서 일하는 빨간 머리 소년을 표지그림으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대개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저자는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여러 교회에서 일했지만 달아나거나 쫓겨나거나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작가로서의 자유로운 영혼을 가두기에는 교회라는 폐쇄적인 공간이 갑갑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소설에서도 삶에 적응하고자 방황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유럽의 유명한 신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한 주인공은 그 곳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글도 쓰고 있다. 종교개혁유적지나 프로테스탄트 유적지, 성당, 신학교를 안내하는 동안 한국에서 온 여러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보물섬 만화를 그리며 보물섬을 찾고 있다는 여자, 유명한 신학교 탐방을 온 예비 목사 부부, 가이드의 존재를 알고 다시 목사의 길을 가라는 여행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깨닫게 한 사람은 빨간머리 소년이었다.

 

빨간머리 소년은 괴짜 시인이 살고 있는 간판이 없는 서점에 근무하는 아이였다. 주인공은 고래의 오렌지 뱃속 같은 서점에서 빨간 머리 소년을 만나면서 자신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알게 된다. 꿈을 간직한 채 앞만 보고 달리기를 하던 어릴 적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 달리기를 잘하던 소년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담임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게 된다. 잠시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내 부상으로 인해 합숙훈련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자퇴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달리기를 하던 소년 시절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어릴 적 순수했던 시절을 동경한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찾아 다닌다고해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텐데..... 어쩌면 빨간머리 소년이 주인공에게 영감과 일깨움을 주진 않았을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샘솟는 존재이진 않았을까. 소설에선 나타나지 않기에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쩜 주인공의 방황하는 모습이 보통의 우리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일찍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을 잘 분석한다고 해도 좋아하거나 잘 하는 일을 찾는 게 쉽지는 않기에 부단히 부딪치면서 알아 갈밖에. 어쩌면 매일 달리던 어린 시절처럼 지금도 그렇게 달리고 싶었을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빨간머리 소년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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